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과 윤희숙 전 의원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실상의 지지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중구·성동갑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3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 비대위원장님이 새로운 신인 정치인들을 많이 등용하시겠다고 했는데, 지금처럼 재탕·삼탕에 지역구마저 옮겨 나온다면 저 같은 8090 신인들이 느낄 좌절감도 고려를 해 주셨음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윤희숙 전 의원에 대해 한 위원장이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반발로, 한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은가”라며 윤 전 의원을 공개 거론했다.
권 예비후보는 “윤 전 의원께서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그래도 훌륭한 분이시긴 하지만, 사실이 아님에도 외관상으로는 공천을 받은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선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전날 이야기한 부분은 한쪽으로 좀 치우친 면이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는 공정한 경선 시스템이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지지하면서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당시 마포을 현역 당협위원장이던 김 전 위원장이 참석한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선언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한 위원장의 김 비대위원 출마 지지가 ‘불공정’한 경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김 전 당협위원장 측도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당협위원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선거를 불과 70여 일 앞두고 긴급 투입하듯 사람을 보내면 유권자들의 호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공천 시스템에 전략 공천이란 게 있지만, 지명도에 바탕을 둬서 이리저리 인사 이동하듯 하는 건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지역 또 다른 국민의힘 전 당협위원장도 “당이 시스템 공천 룰을 만들어서 일단 외관상으로 공정한 어떤 경쟁을 표방하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과연 그 후보가 지역 맞춤형 인재인가에 대해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이 특정 후보들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약간 오버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문제 확산에 대해 경계했다.
이어 “그런 분들이 우선으로 갈지, 경선으로 갈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며 “여러 여론조사나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거니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가 이기기 위한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불리하니까 그런 식으로 추천해서 국민들, 지역 주민들 관심을 받게 하고 뚜껑을 열어서 경선할 필요가 있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우선 추천해야 한다고 과감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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