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장 ‘고려시대 사리’ 100년만에 한국땅 밟는다
2024-02-06 10:19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문화재청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스님의 사리가 약 1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사리를 보관한 사리구는 끝내 반환되지 않았지만, 임시로 빌려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5일(현지시간)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인 혜공스님 등 협상단은 미국 보스턴미술관과 이같은 내용의 협상 결과를 이끌어냈다. 최 청장은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게 됐다”며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인 사리구는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한 세기 만에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사리는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 8일)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된다. 사리를 담은 사리구는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임시 대여하는 방안이 조속히 추진된다. 사리구 대여 기간 동안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사리구의 정식 명칭은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銀製鍍金喇嘛塔形 舍利具)’다.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14세기 고려시대 불교 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 공예로 평가된다. 사리구 내부에는 ‘은제도금팔각당형 사리구(銀製鍍金八角堂形 舍利具)’ 5기가 안치돼 있다.

특히 이번에 반환된 사리는 한국 불교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고려시대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사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사리구에 적힌 명문에 따르면 각각 석가모니불 5과, 가섭불 2과, 정광불 5과, 지공선사 5과, 나옹선사 5과 등의 사리가 담겨 있었다. 다만 지금은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이 현존하고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이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스턴미술관에서는 양주 회암사를 원 소장처로 추정하고 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사리구 반환 협상은 지난 2009년부터 약 15년 간 지속됐다. 지난 2013년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가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의 미술관 방문을 계기로 같은 해 11월 논의가 재개됐다. 사리구 반환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논의가 가진 한계였다.

미술관은 사리구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환해야 할 이유가 명확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사리구와 사리를 별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며, 대여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으로,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며 사리를 최대한 존중하여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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