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 계약 사실시 말레이시아 리마 에어쇼 현장에서 공개됐다. 당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가 ‘말레이시아 LIMA ’23 국제에어쇼‘의 본행사 첫날인 23일(현지시간) 개막식에서 에어쇼를 펼치며 리마 에어쇼의 시작을 알렸다.[공군 제공]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FA-50의 폴란드 수출 성사에 이어 5개월 만에 들려온 말레이시아 수출 낭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 수출에 관여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을 추진했던 2017년 이후 7년 동안 총리가 4번이나 바뀔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2017년 말레이시아 LIMA 에어쇼에서 고난도 기동을 선보였고 KT-1B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에어쇼팀 주피터와 우정비행을 하며 마케팅 초반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일조했다.
KAI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국산 항공기를 운용중인 주요 동남아 국가의 높은 만족도가 FA-50수출에 주효했다”며 “FA-50의 검증된 우수한 성능과 운용 효율성, 원활한 후속 지원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고 기억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경공격기 획득사업은 단계적으로 총 36대를 획득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수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당시 우리나라와 경쟁했던 국가 중 한 정부는 사업추진 팀을 현지에 대규모로 파견할 정도로 치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국방부와 방사청, KOTRA와 KAI를 하나의 팀으로 결성해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수출은 다른 나라와 달리 절충교역이 계약액의 100%인 계약이었다.
때문에 업체 단독으로는 절충교역 규모를 채우기 위한 항목을 선정하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에 방사청과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에서는 절충교역 항목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고 팜유 구매와 수자원관리 단지조성 프로그램,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의견을 제공했고 그 중 팜유구매를 통해 절충교역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국제 해양·항공 전시회'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23일, 한-말레이시아 국방장관회담을 마치고 이어서 열린 FA-50 최종계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국방부제공]
난관은 계약 조건만이 아니었다. 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코로나19가 확산돼 현지와 의사소통에 애로도 겪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방사청 관계자는 “당시 우리나라는 코로나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안전한 나라로 알려졌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 관련 기반 시설을 보고 싶다는 요청을 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말레이시아 방한 대표단에 군 출신이 많은 것을 현지 무관을 통해 확인했고 환영과 홍보의 일환으로 방산업체 방문과 방산설명회를 계획했다”며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경상남도 지역 대표적 업체를 방문해 FA-50과 잠수함, 호위함, K2전차를 견학하는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당시 말레이시아 대표단은 “한국은 1970~80년대만 해도 말레이시아가 원조해주는 나라였는데 이제는 우리가 배우러 왔다”며 높은 기술력과 발전된 모습에 놀라움을 표했다는 것.
그 결과, FA-50과 우리 방산업체의 기술력을 말레이시아 정부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말레이시아 총리 교체는 FA-50 수출의 최대 난관이었다.
지난 2022년 10월 말레이시아 공군 평가비행팀은 KAI 사천 공장과 원주비행장을 방문해 기종 선정을 위한 모든 절차를 완료했고 그해 11월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획득위원회를 열고 기종선정 최종 승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는 임기가 2023년 7월까지 였지만 불안한 국내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2022년 10월 의회를 해산하고 11월 조기 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얻으려했다.
총선 결과 야콥 총리의 기대와는 반대로 안와르 빈 이브라힘이 새로운 총리로 당선됐다.
이 와중에 기종선정이 한국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일부 입찰참가자가 평가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에 KAI를 제소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새로운 정부는 경공격기 획득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실시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MACC와 신정부의 사업타당성 검토는 오히려 KAI와 말레이시아 공군의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진행과 FA-50의 우수성에 더 좋은 평가를 하며 최종 기종으로 선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윤창문 방사청 국제협력관은 “일반 물품의 수출과는 달리 방산 수출은 같은 무기체계를 공유하는 만큼 양국 간 외교관계나 상대국 내 정치적 요소에도 수출성사 여부가 좌우된다”며 “상대국의 경제적, 지역 안보상황, 다자간 수출관리체제와 국제조약 확인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더 말했다.
자료사진. 한반도 상공에서 공군의 FA-50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공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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