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당신의 노트북이 ‘메이드 인 충칭’인 이유
2024-02-13 11:15


최근 ‘마라탕후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라탕과 탕후루를 먹는 것이 인기 외식 코스로 자리잡았다. 마라탕의 원조가 바로 중국 충칭이다. 그러나 충칭의 제1특산품은 따로 있다. 바로 노트북 PC다. 당신이 쓰는 노트북 PC의 거의 절반은 ‘메이드 인 충칭’인 셈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칭은 세계 최대의 노트북 제조 클러스터다. 여기서 만들어진 노트북은 대부분 유럽 등 해외로 수출된다. 충칭이 세계 최대 노트북 클러스터가 된 결정적 요인은 바로 ‘물류’에 있다.

중국 서남부 내륙, 양쯔강 상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충칭에서 물류가 결정적 요인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글로벌 PC 메이커인 HP가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을 때였다. 당시 중국의 여러 도시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내륙의 충칭은 불리했다.

충칭은 HP 측에 회심의 제안을 했다. 세계 지도를 펼치고 충칭에서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선을 쭉 그었다. 충칭에서 노트북 PC를 만들면 바로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화물열차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충칭은 HP 유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생산 물량에 대한 유인책으로 부품 기업들을 유치했고,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이후 에이서, 에이수스, 레노보 등 다른 메이커들이 속속 충칭에 모였다. 2010년 충칭의 전자통신제조업 생산액은 225억 위안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그보다 26배 증가한 5946억 위안으로 뛰어올랐다. 충칭의 산업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중·유럽 화물열차는 2011년 충칭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열차는 HP가 만든 노트북을 싣고 유럽으로 달렸다. 지금은 노트북만 싣지 않는다. 전기차도 실어 나르고, 유럽에서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실어 중국으로 가져온다.

이때 충칭은 지리적 한계를 깨는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이번엔 동남아로 갔다. 2017년 ‘서부 육해신통로’라는 복합물류 시스템을 만들었다. 두리안 등 열대 과일과 각종 원재료가 이 길을 통해 충칭으로 수입된다. 아세안 국가 간 무역액은 2016년 89억 달러에서 2022년 193억 달러로 6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궁즉변, 변즉통이라 했던가. 최대 약점이던 물류를 변화시키니 세계와 통했다. 연해 도시의 무역상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해외기업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류 루트가 다변화돼 팬데믹 항구 봉쇄나 홍해 사태 등 해운 물류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체 물류 수단으로 철도가 활용된다. 1월 이후 철도 물류 수요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중·유럽 화물열차가 운행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중국의 다른 도시들도 경쟁적으로 열차를 운행한다. 더 이상 충칭의 독점적 경쟁력은 아니다. 노트북 제조도 동남아 등이 생산기지로 부상하며 충칭의 위상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지금 충칭은 또다른 경쟁력을 발굴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획기적인 물류로 신산업을 유치한 경험이 있는 충칭이 이번엔 어떤 카드를 던질지 궁금하다. 충칭만의 고민은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약점을 경쟁력으로 변화시켜 성장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을까.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김우정 코트라 충칭무역관 관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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