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항 계류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 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승인이 말 그대로 ‘조건부’인 만큼, 이른 시일 내 시정조치를 완료해 완전한 승인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EU가 내건 조건은 두 가지로, 대한항공은 올해 말까지 시정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여객 4개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을 타항공사에 이관해야 한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해야 한다.
유럽 여객 4개 노선을 넘겨받는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 A330-300 대형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 여객 노선을 넘겨받기 위한 작업도 해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EU의 정보 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에 회신을 마쳤고, 유럽 현지 공항에서 근무할 직원을 채용하는 등 대체 항공사로서의 요건을 채워나가고 있다.
다만 EU의 최종 승인 기한을 맞추려면 티웨이항공도 서둘러야 한다. 4개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조업 계약, 지점 개설, 노선 및 운임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운임과 서비스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물망에 오른 저비용항공사(LCC)는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이다.
5000억~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금액과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던 1조원가량의 부채를 함께 떠안아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10월 안으로 화물사업 매수자를 선정하고 EU의 검토를 요청하는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를 마칠 계획이다. 이후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 승인을 거쳐 거래를 완료한 뒤 실질적인 화물사업 분리 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을 인수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항공화물 사업자가 된다. 지난해 국적 항공사들의 국내·국제선 항공화물 운송량은 대한항공이 153만6040t(톤)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시아나항공(76만7463t), 제주항공(11만9970t), 티웨이항공(8만8737t) 등 순이었다.
국내 LCC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대형항공사(FSC)와 LCC가 운항거리와 규모 면에서 구분됐다면,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 이행에 따라 향후 그 경계는 모호해질 수 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결합한 ‘통합 LCC’ 출범도 변수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이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EU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얻는다면 대한항공은 자회사 3사를 결합한 메가 LCC를 출범할 계획이다.
3사가 통합되면 현재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보다 기체, 여객 등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3사의 기체를 모두 합치면 55대로 제주항공(42대)보다 많다. 지난해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019만3995명으로 제주항공(736만5835명)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901만4981명) 여객 수를 초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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