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후배들과 언쟁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손가락에 테이핑한 손흥민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이 '전술 부재'로 비판받는 가운데, 선수단 관리도 제대로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10일 폐막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이런 와중에 14일 영국 대중지 더선이 한국 대표팀 내 불협화음의 징후를 보도했다. 더선 보도와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요르단전 바로 전날인 현지시간 5일 저녁 식사시간에 일어났다. 경기 전날 결전을 앞두고 화합하며 '원팀'임을 확인하는 식사 자리에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이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쳤다. 그러고는 탁구를 치러 갔다.
살짝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한 선수들이 밥을 먹는데 이강인 등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는데 이는 손흥민이 피했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고 말았다.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는 손흥민과 이강인. [연합]
이후 손흥민 등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부임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클린스만호가 지난해 하반기 5연승 반전을 이루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황태자'였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강인과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넓어지던 터였다. 이런 가운데 '탁구 사건'이 두 선수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전은 이런 심각한 갈등 속에 킥오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토너먼트 2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르단전에서도 90분 내내 각자 따로 놀았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시스]
사퇴든 경질이든, 한국 축구와 클린스만 감독의 결별은 피할 수 없어진 분위기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호의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를 15일 연다. 정몽규 회장 등 축구협회 집행부는 전력강화위원회의 평가를 참고해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만약 새 감독 체제가 들어선다고 해도 대표팀은 선수들 간 갈등의 불씨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로 3월 A매치 기간(18∼26일)을 맞이한다.대표팀은 3월에 태국을 상대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을 소화한다. 동남아 맹주 태국은 2차 예선 상대 팀 중 가장 껄끄러운 팀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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