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 활용 김정은 우상화…선대 유산 부정 모순도”
2024-02-15 12:19


조선중앙TV가 지난해 공개한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 시작 전 내부 연회실에서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올해 들어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를 활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15일 배포한 ‘최근 북한의 정치·경제 특이 동향’ 자료에서 “연초부터 북한은 체제 결속과 내부 동원을 위해 김정은 우상화와 권위 살리기에 부심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이 ‘위대한 수령’으로 주장하는 김일성을 투사한 전시 최고사령관, 사회주의 대가정 어버이, 사상지도자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 ‘남조선 영토 평정’ 등의 언급이 김 주석의 지난 1948년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강의 “국토완정” 등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의 ‘무력 적화통일’을 계승한 최고사령관임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첫날 공개일정으로 학생소년들의 설맞이 공연 관람을 선택하며 ‘온 나라 대가정의 자애로운 어버이’ 행보로 포장하는 등 아동·청년 관련 공개행보와 딸 김주애 활용 등을 통해 ‘어버이’ 이미지도 강화하고 있다.

‘사회주의 대가정’은 김 주석이 1962년 제시한 것으로 ‘어버이 수령’, ‘어머니 당’, 그리고 자녀를 인민 관계로 보는 개념이다.

‘아버지 김정은’도 이전까지 주로 소년·아동과 관련해 사용됐으나 2022년부터 청년층 대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며, 딸 김주애와 손잡고 걷는 모습을 노출하는 등 다정한 부녀상을 연출하며 가족애를 적극 표출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김 위원장을 사회주의 대가정의 어버이로 강조하고 미래세대의 사상을 선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과거 김 주석의 주체사상 등을 선전하는 수단이었던 중앙연구토론회에서 ‘김정은 혁명사상’을 ‘당과 혁명의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찬양하는 등 김 위원장을 사상지도자로 부각시키고 있다.

통일부는 “김정은은 집권 10년차인 2021년부터 김정은 혁명사상 일색화 등을 본격 강조하며 독자적인 사상체계 모양새를 내기 시작했다”면서 “김정은의 사상을 국가 최고이념 수준으로 격상해 선대처럼 독자적 통치이념을 제시한 탁월한 사상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해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김정은 통치체제 유지를 위해 김일성 이미지를 집중 활용하고 있지만 논리적 모순도 표출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일성의 무력통일을 시사하면서 역시 김일성의 통일원칙이 담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통일 관련 선대 유산을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김일성 우상화 흉내내기를 하면서 실제 정책과는 모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일성 시대 지원혜택이 사라진 가운데 사회주의 대가정 어버이를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난과 약화된 집단주의의 방증”이라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외부문화 확산 등으로 북한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김정은 집권 후 백두혈통 세습에 반대하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관련 만성적인 경제난과 평양과 지방 사이 격차에 따른 민심이반이 상당함을 방증한다며 핵포기와 개혁·개방 등 근본적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과거 답습식의 정책은 결국 실질적 실현 가능성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낙후한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발전시키겠다는 이른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시했다.

평양과 지방의 격차를 인정함으로써 지방주민의 불만을 무마하고 ‘창성연석회의’를 비롯한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지방발전정책 실효성을 비판하면서 자기만의 차별화를 시도함으로써 선대보다 나은 ‘수령’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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