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퀘스트 3을 쓰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메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비전 프로를 '저격'했다. 자사 제품이 훨씬 저렴하고 품질 면에서도 외려 나았다는 얘기였다.

저커버그 CEO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비전 프로를 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 3'와 비교하며 이같이 밝혔다.

퀘스트 3는 기본형 가격이 499달러(약 67만원)다. 비전 프로 기본형(3499달러·약 468만원)의 7분의 1 가량 수준이다.

저커버그 CEO는 "나는 퀘스트가 매우 좋고 가격이 (비전 프로의)7분의 1이기에 대다수에게 더 나은 가격 대비 가치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비전 프로를)쓰고 난 후 퀘스트가 가격 대비 가치가 좋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며 "퀘스트는 (비전 프로보다)더 나은 제품"이라고 했다.

저커버그 CEO는 퀘스트는 비전 프로보다 화면이 더 밟고, 시야도 더 넓고, 실감형 콘텐츠가 더 많고, 전선이 붙어 있지 않으며, 무게 또한 가볍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퀘스트)을 (비전 프로보다)120g 더 가볍게 만들었다"며 "얼굴에 쓰면 정말 큰 차이가 있다. 훨씬 더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비전 프로에 대해 "시선 추적 기능은 정말 좋다"며 퀘스트의 이전 모델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고, 향후 모델에 다시 넣겠다고 했다.

아울러 비전 프로가 퀘스트보다 화면 해상도가 높은 점도 "아주 좋다"고 했다. 또 "그들이 그것(고해상도)을 얻기 위해 기기의 품질과 편의성, 인체공학, 그리고 디스플레이의 기타 측면들과 화면 에러(아티팩트) 측면에서 얼마나 많이 타협을 해야 했는지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한 남성이 애플의 비전 프로를 체험하는 모습. [애플 공식 유튜브 캡쳐]

저커버그 CEO는 이어 "주변을 보면 비전 프로가 애플 것이고 (메타의 퀘스트보다)3000달러(약 400만원) 더 비싸기에 품질이 더 좋다고 그저 가정하는 사람이 많아보인다"며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 정도 가격 차이에도 사람들이 이런 헤드셋을 쓰는 대다수 용도 면에서 퀘스트가 훨씬 좋다는 점에 나는 놀랐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애플의 열성 팬들을 향해 "새로운 제품 범주에서 애플이 선도자가 될지에 대해 누구든 감히 의문을 제기하면 일부 팬들이 화를 내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실은 컴퓨팅의 모든 세대에는 개방형 모델과 폐쇄형 모델이 있었다"며 "모바일에서는 애플의 폐쇄형 모델이 이겼지만 항상 그렇게 되는 건 아니었다. PC 시대를 돌아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방형 모델이 승자였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차세대에서는 메타가 개방형 모델"이라며 "그리고 나는 개방형 모델이 다시 이기기를 정말 바란다. 미래는 아직 써지지 않았다"고 했다.

메타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시작으로 가상현실(VR) 헤드셋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껏 퀘스트 시리즈 헤드셋을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신 제품인 퀘스트 3은 지난해 10월에 출시됐다.

이런 가운데 메타의 퀘스트와 애플의 비전 프로가 헤드셋 시장을 놓고 경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편 애플의 비전 프로는 이를 구할 수 없는 미국 이외 지역에선 2~3배 가격으로 재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애플은 지난 2일부터 비전 프로를 미국에서만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출시일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비전 프로는 지난달 19일 시작한 사전 판매에서만 2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출시 후 공식 판매량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