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쿠바 수교 반응 대신 북일 정상회담 띄웠다…고립화 ‘맞불’
2024-02-16 09:27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사회주의 형제국가’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지 하루 만에 북일 평양정상회담 가능성을 띄웠다. 한-쿠바 수교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일종의 ‘한국 고립화 작전’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북일 정상이 각자의 정치적 상황을 외교행보로 돌파하려는 의지 속 구체적인 협상으로 진전될 지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밤 담화를 내고 “일본이 우리의 정당 방위권에 대하여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작금의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면서 “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움직여 정상끼리 관계를 구축한다”고 밝혔었다.

김 부부장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북일)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북일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열어놓았다. 그는 “일본이 시대착오적인 적대의식과 실현 불가한 집념을 용기 있게 접고 서로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정중한 처신과 신의 있는 행동으로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밝혔다.

또한 “과거가 아니라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현명성과 전략적 안목, 그리고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의지와 실행력을 가진 정치가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납북자 문제나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같이 견해차를 좁힐 수 없는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데 대해 김 부부장이 화답한 형식이지만, 담화 발표 시점을 고려할 때 지난 14일 한국과 쿠바의 수교 사실이 공개된 데 따른 전략적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에 대한 비난이 확실히 줄어들었고 일본에 대해서는 대화 가능성을 여는 모습을 보면 일종의 한국 고립화 작전”이라며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담판을 위해 올 한해 여러 가지 정지 작업을 하고 있고, 한미일 협력에서 한미를 흩어놓으려는 노림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가 ‘개인적인 견해’라고 강조했지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인 김 부부장의 담화라는 점에서 일본 측에서는 신중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부부장이 납북자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시다 총리가 두 가지 핵심 의제를 배제하고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국내외에서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낮은 지지율을 탈피하기 위해 외교 행보를 넓히고 있다. 오는 4월 초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고, 내달 20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북일 정상회담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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