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 크레미나 인근 최전방에서 주방위군 제12특수부대 여단 아조프 병사의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연합(EU)이 역내에서 발생하는 러시아 자본의 이익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스피로스 람프리디스는 이날 AFP에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려고 공공 부문이나 민간에서 러시아의 투자 및 자산으로 나오는 이익을 몰수한다는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람프리디스 특사는 유럽이 러시아에 유럽 내 자본의 이익에 대한 몰수 조처를 알릴 것이라며 “우리는 곧 그것을 할 것이다. 몇 달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러시아에 “당신네가 우리 땅에 축적한 자본으로 이익을 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니 그런 자본의 이익은 압수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라며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람프리디스 특사는 유럽 내 러시아 자본의 이익을 몰수하면 500억∼600억유로(약 72조∼86조원)가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5000억유로(약 722조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EU의 이런 조치에 러시아가 대응하겠지만 국제재판소에서 EU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지난 24일 화상 정상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와의 전쟁 3년째를 맞은 우크라이나 지지를 재확인하며 “우크라이나가 긴급한 자금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러시아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끼친 손해액이 4860억달러(약 647조원)를 초과하고 국제법상 러시아의 피해 배상 의무는 분명하다며 러시아 자산을 동결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다만 EU가 러시아 자본의 이익을 몰수하려는 움직임은 러시아 자산을 완전히 몰수한다는 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은 동결된 러시아 은행과 다른 자산을 몰수하기 위한 논의를 주도해왔다. 지난 14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디트로이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기 위해 몰수하는 방안의 잠재적 이익과 리스크, 법적 문제 등을 유럽 지도자들과 최근 논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은 법률적인 우려와 유로화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동결 자산을 직접 몰수하는 방안에 반대해 왔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자산을 완전히 몰수하면 다른 국가들이 서방에서 자금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러시아는 서방에 압류 중인 자국 자산이 몰수될 경우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26일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EU와 미국 등 서방이 제재 차원에서 동결한 러시아 자산과 관련해 “서방 국가들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자산과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상응하는 대응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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