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6일(현지시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 행사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인터넷 시대에 머뭇거리다 빅테크에 주도권을 뺏긴 과거의 실수, 인공지능(AI)에선 안 할 겁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AI 시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글로벌 통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AI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목표다.

유 사장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 행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협업의 의미와 향후 AI 전략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SKT는 이번 MWC에서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와 함께 이날 GTAA 창립총회를 열고 통신산업 특화 AI 거대언어모델(텔코 LLM)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JV) 설립계약을 맺었다.

유 사장은 “지금은 한 산업에 특화된 LLM이 해당 분야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시대”라며 “글로벌 통신사들이 텔코 LLM 등 AI 분야 협력을 통해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산업에서 버티컬 LLM이 생겨날 것이고, 이에 참여한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는 굉장한 차이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제조업 기업은 글로벌 활약을 보이는데 비해 한국 서비스 기업은 글로벌 수준의 크기를 가진 적이 많지 않다”며 “강자가 탄생하려면 협력이 필요했고, AI 모멘텀이 있었기에 텔코 간 협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사장은 글로벌 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빅테크 기업에 AI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텔코들이 인터넷, 모바일 모멘텀에 적극 나서지 않고 분열되면서 주도권을 잃었다”며 “AI 시대에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협력이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GTAA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개최한 ‘글로벌 텔코 AI 라운드테이블(GTAR)’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GTAA는 이날 전 세계 20여개 글로벌 통신사를 초청해 ‘텔코 LLM’ 공동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협업을 추진했다.

유 사장은 “핵심은 더 많은 통신사를 GTAA에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희망적으로 글로벌 영역을 넓힌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참여 기업을 세 자릿수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참여 의사를 밝힌 곳도 몇 곳 있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SKT가 개발한 ‘에이닷(A.)’에 대해선 기꺼이 돈을 지불할만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유 사장은 “에이닷이 꿈꾸는 AI 개인비서(PAA) 서비스는 엄청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개념 정립이 덜 됐고 성공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며 “닷컴 버블을 통해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나왔듯, 텔코 얼라이언스에서 게임체인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에이닷은 어려운 여건에서 아이폰 통화녹음 등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에이닷을 통해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 모두에서 과감한 시도 결합됐을 때 SKT가 국내 통신사에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장 수익을 내는 기업은 AI 데이터센터(DC)와 AI 반도체 회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 사장은 LLM 기술의 발전을 ‘골드러시’와 비교하면서 “엔비디아 등의 상승세를 보면 과거 골드러시에서 청바지, 곡괭이를 파는 회사가 돈을 벌었듯 LLM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데이터센터가 돈을 벌 것”이라고 예상했다.

SKT 역시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계열사 사피온의 AI칩 개발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유 사장은 “연내에, 국내에서 가시적인 AI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AI 시장이 추론 쪽으로 가면 사피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르셀로나=권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