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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이 계속되면서 가자 인구의 25%가 기아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메시 라자싱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조정국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출석해 가자지구 인구 최소 56만6000명이 기아에 임박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 북부의 2세 미만 어린이의 6명 중 1명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팔레스타인의 230만명 전체 인구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한 식량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별한 조처가 없다면 광범위한 기근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칼 스카우 세계식량계획(WFP) 부국장도 안보리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가자지구 북부에 기근이 임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FP는 기아로 인한 일일 사망자가 인구 1만 명 중 2명꼴로 나타나고 어린이 3명 중 1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일 때 공식 기근으로 정의한다.
유엔 활동가들은 이같은 기근 위기에도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라자싱엄 국장은 구호 호송대의 국경 횡단이 가로막히고 통신이 제한되며 번거로운 조사와 손상된 도로, 불발탄으로 인해 활동가들이 불안과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우 부국장도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 구호 활동을 신속히 확대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때까지는 부족한 식량과 열악한 환경으로 기근의 위험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부국장은 가자지구 지하수의 약 97%가 식수용으로 부적합하다고 평가되고 농업 부문 역시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이 의도적으로 가자지구 식량 반입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마이클 파크리 유엔 식품 권리에 대한 특별 보호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의 기근 위기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고통에 빠뜨리려는 이스라엘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식량을 빼앗는 것은 분명히 전쟁 범죄"라며 "내 생각에는 이것은 제노사이드(genocide·소수집단 말살)이다. 이스라엘 국가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어린이들의 영양실조가 심각하다며 "폭격으로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잔인하지만 기아로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비열한 고문"이라고 비판했다.
옌스 라에르케 OCHA 대변인은 구호품 호송대가 공격받고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커다란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가자지구 이스라엘군이 식량을 체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로 들어가려는 모든 구호품 호송대를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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