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지난 2월 4일 피습 후 병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해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결’을 강조했다. 당시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촉발하는 분위기에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단독 회담’은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라는 조어를 다시 부각시켰다.
‘명문 회담’ 이후에도 공천 갈등은 이어졌다. 원칙과상식 소속 비명계 의원 3인방이 탈당 후 제3지대 신당을 만들고, 급기야 ‘친문 구심점’으로 불리는 임종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 당하면서 ‘’명문 정당‘은 명문 충돌’이라는 조어로 전환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친문 핵심 인사들인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실장, 윤영찬 의원. [연합]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고수하며 당에 공천 재심을 요구했지만, 지도부는 거부했다. 이에 임 전 실장은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회동하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임 전 실장의 탈당 조짐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온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 움직임에 동력으로 작용하며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까지 낳았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명문 충돌’이 ‘명문 결별’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전격적으로 잔류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분당 수순의 파국을 차단했다.
임 전 실장은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당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준 데 대해서는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이 ‘탈당 의사’를 접은 것이라고 풀이한다. 본인의 재심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당시만 해도 탈당 의지가 강했지만, 고심 끝에 당에 남기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었는데 임종석의 요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
임 전 실장의 ‘잔류 선택’에는 명분과 전략적 판단이 복잡하게 얽힌 것으로 해석된다. 공천에 문제를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민주당을 떠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공천이라는 사적 이익을 앞세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당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당 안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며 당의 건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높을 수 있다.
현역의원 평가 결과에 반발하면서도 당의 경선 결정을 수용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충성, 이걸 가지고 이번 총선에 가려 한다. 그야말로 이익에 민감한, 정치적 이익에 민감한 분들과는 다르게 하려 한다”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이 총선 이후 정치행보를 고려해 당에 남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총선 이후 당권 도전 등 친문의 구심점 역할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총선을 앞두고 임 전 실장이 어떤 역할을 맡을 지 주목된다. 당 지도부는 아직 임 전 실장의 역할론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이날 ‘임 전 실장 역할론’에 대해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것이 없다”며 “임 실장도 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바랄 것이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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