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수도병원 소속 군의관(중령 이호준)이 민간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고관절 골절로 민간병원 수술을 대기하던 중 의료계의 파업으로 입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80대 A씨.
5개 상급병원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입원이 불가하다는 답변이었다.
A씨의 아들 B씨는 “가족들이 전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마침 TV에서 군 병원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49세 B씨가 떠올린 그날의 상황은 암담했다.
B씨는 “아버지께서 집에서 부상을 당해서 고관절이 부러졌다”며 “응급차를 타고 가까운 2차 병원을 갔는데 아버지께서 후두암을 현재 앓고 계시고 과거에도 폐암으로 한쪽 폐가 없는 상태여서 2차 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급하게 수술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다가 뉴스를 보고 바로 군 병원으로 연락했다”며 “병원 측에서 빨리 오시라고, 걱정 말고 빨리 오시라고 말씀해 주셔서 바로 이 병원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A씨에게는 관련 진료과별 전문의와 간호요원들이 집중 투입됐다.
끈질기고 긴밀한 협진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고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회복 중이다.
B씨는 “병원 처음 왔을 때 외부 모습을 보고 먼저 깜짝 놀랐다”며 “일반 상급병원이랑 전혀 다른 게 없고 오히려 시설들이 잘 되어 있어서 놀랐다”고 처음 병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지병이 있으셔서 수술이 어려웠을텐데 주치의 선생님이 방법을 찾아주시고 수술까지 무사히 마쳤다”며 “수술 마치고 중환자실에서도 전부 다 본인 아버지처럼 돌봐주셔서 지금 건강하게 재활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병원에서 느낀 부분 굉장히 만족스럽고 오히려 만족을 넘어 감동까지 받고 있다”며 감사의 눈길을 전했다.
또 “과거에 군 병원은 거의 마루타 수준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병원 와서 실제 겪고 나니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실제와는 반대로 사회 인식이 너무 안 좋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B씨는 “저도 육군 병장 출신으로 국군의 한 일원이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군 병원이 지역적으로 좀 더 (영역을) 넓혀서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그런 군 병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국군수도병원 소속 군의관(중령 이호준)이 민간인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 보호자와 상담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또 다른 사례도 있다.
50대 남성 C씨는 근무 중 낙상사고 과정에서 날카롭고 무거운 자재가 함께 떨어져 양쪽 발목이 거의 절단된 상태로 이송됐다.
두 곳의 종합병원에서는 환자 상태와 의료진 부족 등으로 수술이 제한된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후 국군수도병원으로 연결됐다.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에서는 상황을 접수하자마자 신속한 응급수술을 위한 준비와 마취, 외상 등 관련 분야 전문 의료진을 투입시킬 준비를 완료한 상태에서 부상당한 C씨를 받았다.
수술은 C씨의 도착과 동시에 진행됐다. 환자의 상태는 다발성 골절 등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수술실에는 4명의 군의관이 투입됐다. 응급조치를 진행함과 동시에 한쪽 다리에 2명씩 무려 10시간 이상에 걸쳐 양쪽을 동시에 수술했다.
현재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집중관리 중에 있고 다행히 발가락이 움직이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안주석(중령)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 정형외과의사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상태여서 저희한테 오셨고 저희가 오시자마자 적극적으로 치료했다”며 “다리를 살리기 위한 사지구제술 등 자체가 어려운 수술이기도 하지만, 수술 이후 현재까지 환자분이 사지를 잘 보존하고 있고 치료 중이긴 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군은 지난달 20일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범부처 차원 대책의 일환으로 12개 군 병원 응급실을 개방했다.
2주가 지난 4일 낮 12시까지 총 125명의 민간인 환자가 군 병원 응급실을 이용했다.
병원별로는 국군수도병원 58명, 대전병원 26명, 양주병원 6명, 포천병원 4명, 춘천병원 4명, 홍천병원 5명, 강릉병원 4명, 서울지구병원 8명, 해군해양의료원 2명, 고양병원 6명, 항공우주의료원 1명, 포항병원 1명 등이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28일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해 군병원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관계관들을 격려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전국 각지에서 군 병원을 찾은 민간 환자가 늘어난 건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진료 공백으로 강제 퇴원이나 진료 거절, 수술 지연 등의 영향도 있지만 군 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재건 성형 전문의 권진근(소령) 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과장은 “지금 수도병원은 미세 수술장비도 다 갖춰져 있고, 성형외과 수술이 10시간 이상 길어지면 더 어려워지지만 함께할 수 있는 성형외과 군의관이나 수술 전담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수술 후 관리하는 병동까지 시스템이 원팀으로 잘 갖춰져 있다”며 어려운 수술의 성공 이유를 꼽았다.
대한외상마취학회장으로 국군외상센터 마취과에서 근무 중인 문봉기 교수는 “국군 장병의 생명을 수호하는 국군 외상센터가 굉장히 중요한 여할을 해야 되는데 마취과 의사를 못 구했었다”며 “여러 군데 부탁을 했지만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아 제가 지원했다”며 군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부임한 지 5개월 지나 느낀 것이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시설이나 인력, 투자나 지원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어린 환자와 대학병원에서도 수술을 못하고 있는 80대 환자를 받아서 무사히 수술했다”며 “심장병, 폐 질환과 중증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를 마취하고 협진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수술한 것은 군 병원이 3차 병원 못지않은 인력과 장비, 실력을 갖추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자부했다.
안은경(중령) 국군수도병원 수술마취간호과장은 “민간 응급환자 수술이 굉장히 촉박하고 대규모 수술이다 보니 퇴근 이후에도 소집돼 수술에 참여하고 또 퇴근하지 못하는 인원들도 많다”면서도 “국가적 위기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일념으로 힘든지 모르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환자분들은 고령의 환자가 많고 기저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매 순간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좀 더 우리 의료진이 세심한 배려를 통해 잘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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