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사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남편의 살인자로 거듭 지목하며 서방에서 그를 지도자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발나야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러시아 대선 한 달 전인 2월 16일 내 남편 알렉세이 나발니가 푸틴의 직접 지시에 따라 감옥에서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한 번도 정치인이 되고자 하지 않았지만, 푸틴은 나에게 선택지를 앗아갔다”며 “푸틴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의 많은 이들이 푸틴을 합법적인 지도자로 생각하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커다란 실수를 낳고 푸틴이 상대방을 계속해서 속이는 것을 돕는다”라며 “푸틴은 정치인이 아니라 조폭”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푸틴을 마피아 두목으로 보면 그의 잔인함과 과시적 사치, 살인에 대한 의지를 이해할 수 있다”며 “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정하게 선출된 지도자들이 수십년간 조작 선거로 당선돼 살인과 폭력을 자행한 범죄자를 자신과 동급으로 보고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번 러시아 대선이 푸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지기는 어렵더라도, 시민사회와 푸틴의 세력, 전세계에 러시아가 경멸과 비난을 받는 이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방세계가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와 주변인들의 자금줄을 정면으로 겨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나발나야는 “푸틴을 진정으로 상처입힐 수 있는 한가지는 수입을 줄이는 것 뿐이다”라며 “현 시점에서 바로 그를 겨냥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그의 주변인, 대리인들, 그리고 결정권자들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박탈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범죄자들의 두목에게 돈은 핵심이다. 푸틴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고 군대를 유지할 돈만 충분하면 러시아 경제에는 관심이 없다”며 “깡패들에게서 돈을 빼앗으면 그들은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잃을 것이다. 이 때문에 푸틴 및 동맹에 가해지는 제재의 최대 확장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발나야는 “러시아의 모든 사람이 푸틴과 그의 전쟁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내 남편의 장례식날 독재 정부의 횡포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애도했다”고 지적했다.
나발나야는 “서방의 지도자들에게 푸틴에게 맞서는 러시아 시민들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며 “푸틴은 찬탈자이며, 폭군, 전범이자 살인자”라고 규탄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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