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은식 비대위원.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총선을 26일 앞둔 15일 여야 수장들이 일제히 험지를 찾았다. 과거 ‘5·18 폄훼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도태우 변호사 공천을 취소하며 부담을 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정당의 ‘험지 중 험지’인 호남에서 여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진정책의 상징인 부산·울산·경남(PK)을 찾았는데, 지난 1월 피습 사건 이후 첫 방문인 만큼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남 순천의 전통시장을 연달아 방문했다. 아랫장번영회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웃장을 찾아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순천은 호남에서도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던 선거구”라며 “호남 보수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을 선거구에는 이번 총선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과 이정현 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일찍이 단수공천을 받고 후보로 뛰고 있다. 특히 전남 출신의 이 전 부위원장은 순천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까지 오른 보수정당 서진(西進)정책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한 위원장의 호남 일정에는 광주 5·18 민주광장 방문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16년 만에 처음으로 광주 8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냈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옛 전남도청 인근에는 박은식 광주 동·남을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있다. 내과 전문의로 앞서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박 예비후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호남 보수’로 인지도를 쌓았고,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하며 정계 입문했다. 그는 도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공천이 확정됐을 당시, 비대위에서 도 변호사의 과거 발언을 지적하며 한 위원장의 재검토 요구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시 도 변호사가 두 차례 사과문을 게재한 것을 감안해 공천 유지를 결정했으나, 도 변호사가 지난 2019년 한 집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죽으면 기이한 행동을 그만하는가”라고 발언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자 이틀 만인 14일 밤 추가 회의를 소집해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인근 번화가를 찾아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이 대표의 발길은 울산으로 먼저 향했다. 이 대표는 울산 수암시장과 동울산종합시장을 연달아 방문해 민심을 청취한 뒤 부산을 향했다. 이 대표의 부산 방문은 지난 1월2일 피습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성과를 거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중 지지자로 가장해 접근한 김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당시 이 대표가 부산대 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을 놓고 “지역의료를 무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의 PK 방문은 하루 앞서 지역 민심 다지기에 나선 한 위원장을 겨냥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전날 부산과 경남 김해를 찾아 영남 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낙동강 벨트’의 여당 후보 지원 유세를 마쳤다. 낙동강 벨트에서는 5선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 재선 현역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맞붙는 부산 북갑,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전직 경북지사 간 승부를 벌이는 경남 양산을,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현역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경쟁하는 사하갑, 5선 현역 조경태 의원을 상대로 민주당 영입인재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도전장을 낸 사하을 등이 격전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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