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러시아가 10년 전 침공으로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각종 강압 정책을 펴왔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후 점령한 다른 지역들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고발이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기 집권을 위한 러시아 대선이 끝난 17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불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폭로했다.
또 유사한 탄압 정책이 2014년부터 사실상 러시아가 통제하다 2022년 전면전 개시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의 지역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AI는 "러시아 당국이 지난 10년간 교육, 종교, 언론, 사법제도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제한을 통해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인과 크림 타타르인의 정체성을 탄압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약 30만명에 달하는 크림반도 원주민 타타르족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러시아에 맞서는 저항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AI는 "교육 프로그램 변경과 우크라이나어 수업 근절은 크림반도의 역사를 둘러싼 러시아의 해석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지식과 인식을 약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독립 언론에 대한 압박, 종교적 소수자들과 그들의 관행에 대한 억압, 문화 행사 금지 등으로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크림반도 주민들은 러시아 여권을 받지 않으면 인권 박탈, 필수 공공 서비스 이용 불가, 추방 위험 등에 직면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A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림 주민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표명이나 러시아 점령 당국에 대한 반항 의혹에 대해선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졌다면서 직장 내 해고, 벌금, 가택 수색, 구금, 임의 체포 및 기소 등의 처벌 조치를 언급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전쟁 후 점령·병합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도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AI는 "러시아 당국이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과 다른 점령 지역의 학교에서 자행한 지독한 세뇌와 강요 증거를 문서화했다"고 부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18일 현지 주민의 96% 이상이 러시아 편입에 찬성한다는 주민투표 결과가 나왔다며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병합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에는 분지주의 반군 지원을 통해 통제해온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와 더불어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점령하고 추가 합병했다.
러시아는 15~17일 대선 기간에 크림과 4개 추가 병합 지역에서도 투표를 실시했다.
대선 투표 결과 푸틴 대통령은 87% 이상의 역대 최고 득표율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