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구직 도와달라” 병원 “적자 호소”…점입가경 의료공백
2024-03-19 08:53


서울의대 교수들이 18일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공의들의 사직이 한 달을 넘겼다. 일부 전공의들은 구직에 나섰고,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가 안된 상황이기에 의료법상 ‘겸직 금지 원칙 위반’이라며 불법임을 강조했다. 전공의들의 이탈로 병동을 폐쇄한 병원들은 적자 폭이 커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전공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구인·구직’ 게시판에도 “구직합니다”라는 글이 약 300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글에는 “예비인턴 구직합니다 도와주십쇼”, “사직한 예비내과 1년차 구직 문의드린다”, “사직한 예비 외과 4년차, 알바 또는 참관 원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직한 전공의들 가운데 ‘생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하고 싶은 이들로 추정된다.

일부 전공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탈 당사자 대표 격인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7대 사항을 요구한 이래 교수 비대위가 제안한 중재안도 일축했고, 정부의 복귀 요구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기 전 제출한 집단 사표를 병원 측이 수리하지 않았고 업무개시 강제명령까지 내렸기 때문에 자동 사직의 효력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행 전공의 수련규정에 따라 전공의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수련병원 외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거나 겸직 근무할 수 없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련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므로 계약관계에 따르더라도 전공의의 사직은 제한될 수 있다”며 “전공의는 전문의 수련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수련병원 외의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거나 겸직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불법 사례를 색출하기 위한 실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전 실장은 “현재 10명 이내의 전공의가 다른 의료기관에 중복으로 인력신고 된 사례가 파악됐다”며 “수련규칙에 따라 수련병원장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겸직 논란을 피하고, 면허 정지 시에도 일할 수 있도록 일반 병·의원의 행정, 홍보 마케팅 업무 등 ‘비의료 업무’를 전공의들에게 알선해 주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고 알려졌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임박한 15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세탁된 가운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국내 주요 병원은 하루 약 2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의료원과 경희대의료원 등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 병원들은 규모에 따라 큰 곳은 지난해 매출에 비해 하루에 10억원 이상, 중간 규모 병원은 7억원씩 손실을 보는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최근에는 예년보다 하루 10억씩 매출이 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900억 적자가 났는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라며 “앞으로 새로운 장비와 시설 투자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에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상황이다.

문제는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2월 중순부터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3월은 더욱 손해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단체 행동이 시작됐고, 3월은 한 달 내내 단체 행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니 3월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며 “우리 병원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내부에서는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대처하고 있지만, 무급휴직을 강제하다시피 해 간호사 등의 반발을 산 병원들도 잇따르고 있다. 주요 병원들은 병동 통폐합에도 나섰다. 서울의 주요 병원들은 병동 통폐합은 아직 없다고 밝히지만, 사실상 통폐합 수준으로 병동 운영을 축소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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