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잃어버린 30년’ 탈출 뒤엔 ‘여성 고용’ 있었다
2024-03-20 16:59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일본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에서 사실상 탈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경제는 기업 경기가 개선되고 고용 시장이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여성 고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제활동 연령대의 일본 여성들은 수년 전부터 노동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은 타이트한 고용 시장 속에 기업들이 신규 직원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여성 고용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25~54세 일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83%로 10년 전 74%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1992년 65%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1981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미국 여성의 노동 참여율 77%보다도 높은 상태다.

일본 여성의 노동 참여 급증은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설계한 면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께부터 공공 정책과 기업 문화 등을 여성 친화적으로 바꿔 왔다.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 인구 고령화와 노동 시장 위축에 직면한 상황에서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려는 목표였다.

또한 보육 시설을 늘리는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고바야시 노부코 일본 EY-파테논 파트너는 “일본이 지난 10년 동안 잘한 것은 일하는 부모들을 위한 돌봄 인프라를 마련한 것”이라며 보육 시설 대기자 명단에 오른 아이들이 5년 전 1만9900명에서 올해 2680명으로 줄었다고 NYT에 말했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일본의 초혼 평균 연령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출산율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전문가인 경제학자 폴 셰어드는 “결혼을 미루고, 출산 시기를 늦추고, 결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여성의 노동 참여가 증가한) 큰 사회적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 정책과 사회적 규범의 변화는 당초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여성을 일터로 나오게 만들었다.

일본 정부의 여성 경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자문을 맡았던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우리 모두는 여성 노동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관계자들은 80만명의 여성을 노동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노동 시장에 참여한 여성은 약 300만명에 달했다.

포센 소장은 “분명히, 일본의 여성들은 일하고 싶어 했다”면서 “이는 여성 노동 참여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무엇인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여성 노동 증가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에 교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민자 유입을 바탕으로 노동 참여가 회복되고 있지만 이러한 확장이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인구가 고령화되고, 고령자들이 일을 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 참여 인구는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감안할 때 노동 공급의 개선이 지속될 수 있는지 의심을 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노동 시장의 추가적인 재조정은 노동자 공급의 지속적인 빠른 성장보다는 노동 수요의 느린 성장에서 비롯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경제학자들은 종종 한 국가의 노동력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역사에 바탕해 추정하는데, 돌봄 또는 다른 이유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노동 시장에 유인될 수 있는 인구에 제한이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일본의 변화는 이러한 가정을 뒤집는 사례를 제시했다.

NYT는 “일본의 경험이 제공하는 교훈은 단순하다. 여성은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추정하는 것보다 더 큰 잠재 노동력일 수 있다”며 “일본의 여성 노동 참여 개선은 고용 시장의 한계가 분명하고 유한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평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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