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사업→리스크 관리’ 2023년 증권업계, 재무건전성 개선…NCR(순자본비율) 1위는 미래에셋證 [투자360]
2024-03-21 08:3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한 해 증권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이 1년 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더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다수 증권사들이 신(新)사업 투자 등에서 한발 물러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순자본비율(NCR)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1일 헤럴드경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22개 증권사의 순자본비율(NCR)을 분석했다. 이 결과 지난해 해당 증권사들의 평균 NCR은 908.92%로 1년 전 878.58%에 비해 30.34%포인트(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NCR은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서 향후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증권사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NCR은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증권사가 보유한 자산 중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서 총위험액(보유자산의 손실예상액)을 제외한 후 ‘업무별 필요 유지 자본’으로 나누는 식으로 산출한다.

지난해 NCR 수치가 개선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대다수 증권사들이 신규 해외 대체 투자나 부동산 PF 사업 등에 나서지 않고 보수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것을 한목소리로 꼽는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글로벌 고금리 환경으로 유동성이 경색된 상황 속에 각 증권사들의 실적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 또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보수적 경영으로 인한 총위험액 감소세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증권사별로 살펴봤을 때는 작년 기준 NCR 1위의 자리는 2142.40%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이 차지했다. 그 뒤를 2위 NH투자증권(2036.90%), 3위 메리츠증권(1588.91%), 4위 KB증권(1582.09%), 5위 삼성증권(1357.94%) 순서로 뒤따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위 5개 업체 모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데다,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4개사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란 점에서 ‘실탄(자본력)’이 충분한 대형사가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년 대비 NCR 증가율 상위 5개사에는 미래에셋증권(271.30%P), 하나증권(218.01%P), NH투자증권(184.70%P), KB증권(167.35%P), 교보증권(149.40%P)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성과를 도출해 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당기 순이익이 1008억원 증가하면서 영업용순자본이 증가했다”면서 “해외주식 및 발행 어음 매매와 관련한 미수금 감소로 위험액이 줄었고, 기업신용공여 포지션 감소로 인해 대출채권위험액도 감소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 관계자는 “핵심 사업부문인 자산관리(WM) 부문과 기업금융(IB)뿐만 아니라 기관영업부문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등 전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하며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자본확충의 영향으로 영업용순자본도 늘었다”고 짚었다.

지난해 NCR 감소폭이 100%P를 넘어선 곳은 카카오페이증권(-457.57%P)과 신한투자증권(-186.30%P)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온라인 거래 수수료 인하와 신용거래, 예탁금 이벤트 등 사양한 서비스에 걸쳐 사용자 혜택을 확대하는데 집중 투자했다”면서 “(순자본 감소 대신) 증권업계 후발주자로서 예탁자산 증가, 신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고객 확보 등의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영업용순자본이 감소한 데 이어 대외 리스크 충격 감소를 위해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순자본비율을 10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적정 NCR을 500%로 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기준 적정 NCR 기준을 넘기지 못한 곳은 IBK투자증권(458.95%), 대신증권(355.10%), 유진투자증권(345.82%), 다올투자증권(314.93%), DB금융투자(308.64%), SK증권(281.14%) 등 6곳이다.


그중에서도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중 해당 기준을 밑도는 곳은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올해 종투사 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신증권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자본 확충에 집중하면서 NCR 지표가 꾸준히 개선세(2023년 2분기 286.78%→3분기 312.71%→4분기 355.10%)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를 지나면서 자산 재평가 결과가 반영될 경우 NCR 결과가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도 신규 투자에 나서기보단 증권사들의 보수적인 경영 방침으로 인해 총위험액이 완만한 속도로 감소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확장세를 보였던 IB 부문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인 다른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 지난해부터 증권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고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6월 이후로 예상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시점을 계기로 금융투자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순이익 감소 추세가 올해도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예일 수석애널리스트는 “금리 인하에 따른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속도보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충당금 이슈가 해소되지 못한 점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면서 “전년 대비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폭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은 NCR 개선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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