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가 벌어졌다. 최소 60명이 숨지고 140명 이상이 다쳤다. 총격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가 이달 치러진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해 '현대판 차르'에 오른 지 며칠 만에 사실상 모스크바 심장부가 뚫린 셈이다.
22일(현지시간) 저녁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여럿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처음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공격으로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사망자가 최소 62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최소 146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중 일부는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어린이와 교사들을 인질로 삼은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의 충돌로 3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2004년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꼽히게 됐다.
사건 현장인 크로커스 시티홀은 행정구역상으로는 모스크바시 바깥이지만 실제로는 지하철과 순환도로로 모스크바 시내와 긴밀히 연결돼 있고, 크렘린궁과의 거리도 20㎞에 불과하다.
약 6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건물내 공연장에선 이날 저녁 러시아 유명 록밴드 피크닉(Piknik)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간주하고 용의자들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공항 등 주요시설을 중심으로 모스크바 일대의 경계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전국에 대규모 공공 행사를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7일 마무리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테러가 발생한 지 수분만에 첫 보고를 받았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대통령이 모든 관련 기관으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조처가 취해지는지와 관련한 정보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IS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IS 전투원들이) 수백명을 죽이거나 살해하고 해당 장소를 크게 파괴한 뒤 무사히 기지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 이번 사건의 배후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공격이 실제로 IS의 소행이라는 걸 확인하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는 22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미 몇주전부터 미국이 러시아에 테러 위험을 경고해 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과 손잡고 내전에 개입, 당시 시리아와 이라크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던 IS를 격멸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사건을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워 온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각국도 테러를 비난하면서 러시아 국민에게 조의를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끔찍한 총격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