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호라산 영상 공개에도...푸틴 “우크라이나가 배후”
2024-03-25 11:36


22일(현지시간) 모스코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총격 방화로 최소 137명이 숨진 가운데 24일 임시로 마련된 추모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놓고 있다. [타스]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 벌어진 무차별 테러 사망자가 13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테러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IS의 시인에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고 지목했다. 푸틴이 이번 테러를 내부 결집과 우크라 전쟁 지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장 괴한이 벌인 무차별 테러의 사망자는 137명으로 늘었고, 부상자 182명 가운데 14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로이터는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공격 중 가장 치명적”이라며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병원에 남아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심각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사건 발생 직후 IS는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조직원이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독일 dpa 통신은 이 단체의 선전매체인 아마크가 90초 분량의 테러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영상에는 테러 용의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피 묻은 옷을 입고 흉기를 든 채 공연장 복도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들은 시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공연장 안쪽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도 담겼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범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고,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IS의 영상 공개에도 푸틴이 이처럼 주장하는 이유는 테러를 명분 삼아 우크라 전쟁 등 자신의 정책을 강화하고 내부 결집을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기관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고 2차 동원을 시작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테러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도 러시아는 각종 분쟁으로 대규모 테러가 발생했던 적이 있다. 푸틴이 총리 시절이던 1999년 제2차 체첸전쟁 당시 무자비한 공습이 있었고, 2004년엔 베슬란 학교 인질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1000명 이상이었던 해당 테러는 당시 체첸 분리주의 세력 중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33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앞에는 헌화가 가득 쌓였고 눈물을 흘리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추모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 푸틴 대통령은 성당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러시아는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이에 러시아 법원은 타지키스탄 국적의 테러 피의자 4명에 대해서 2개월 구금을 명령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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