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테러 생존자들 "비상구 잠겨 탈출 어려웠다"
2024-03-25 13:38


22(현지시간) 테러가 발생한 러시아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EPA]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알려진 총격·방화 테러가 벌어졌을 당시 건물 비상구가 잠겨 있어 인명 피해가 더 커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 지역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테러로 숨진 137여 명 가운데 총격보다 연기 흡입으로 숨진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상구가 잠겨 제때 탈출하지 못한 탓에 연기 흡입에 의한 사망자가 불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테러범들은 공연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건물에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러시아 보안국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바자도 시신 여러 구가 비상구 앞에 쌓여 있었다며 당시 비상구가 막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신 최소 14구는 비상구 계단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공연장 비상구가 잠겨 있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전해졌다.

한 생존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에는 사람들이 비상구 손잡이를 잡아당기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 생존자는 탈출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방화로 인한 연기가 건물을 가득 채우자 당국에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생존자는 비상구가 열리지 않아 건물 정문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그는 "비상구 사다리를 이용하려 했으나 닫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는 이전에도 건물 비상구가 막혀 화재 등에 따른 인명 피해가 불어난 사례가 있다.

2018년 시베리아의 한 쇼핑몰에서 불이 났을 때 경보기가 꺼진 데다 비상구까지 잠겨 있어 60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다만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소유주는 테러 당시 비상구가 잠겨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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