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가 25일 모스크바 바스만니 지방법원의 유리로 된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이번 총격 테러로 지금까지 13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는 미국의 정보판단에 대해 러시아가 의혹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기고문에서 "미국은 이번 테러의 배후가 IS라는 이야기로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의 부패와 테러를 후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키이우의 피후견인을 은폐하기 위해 IS라는 허수아비를 세워 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동 문제에 개입한 이후 여러 급진적인 테러 집단이 등장하고 강화되고, 제도화됐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으로 '통제된 혼란'을 일으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의 주장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러시아 조사 기관에 고문당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 피의자들에 대한 처우와 검거된 테러 관련자 11명 중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7명에 관한 질문에도 "조사 중 사안에 대한 논평은 부적절하다"며 대답을 피했다.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화재 테러로 현재까지 137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IS 분파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이 테러가 배후를 자처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테러 발생 직후 IS의 소행이라는 자체 정보를 바로 공개했다.
미국의 강한 부인에도 러시아에서는 이번 테러에 우크라이나가 연관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도 테러범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으며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테러 연관설을 부인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일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건 조사와 관련, 페스코프 대변인은 "특별 당국이 독자적으로 조사중이다. 협력을 위한 서방의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대형 모임에 대한 테러 계획 정보를 입수했다는 미국 정보 당국으로부터 크렘린궁이 특정 정보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정보기관의 정보는 크렘린궁에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정보기관에서 정보기관으로 제공되는 민감한 정보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러와의 싸움은 지속적인 국제 협력이 필요한 분야지만 지금은 매우 서로 대립하는 긴장된 시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협력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는 테러범 체포에 공을 세운 국경수비대원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레닌그라드 군관구 부사령관 에세둘라 아바체프는 브랸스크 지역에서 체포 임무를 수행한 군인들에게 용맹 훈장과 전투공로 훈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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