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3천원, 말이 돼?” 다들 ‘한탄’ 이젠 포기했다…어딘가 했더니
2024-03-31 14:51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 [진원생명과학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이젠 관심조차 포기했다.”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못한 회사가 있다. 분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유는 의결 정족수 미달. 이젠 주주들마저 관심을 두거나 분노하기조차 포기한 꼴이다.

한 때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며 그야말로 투자 광풍까지 불었던 바이오기업, 진원생명과학. 이제 맞이하게 된 처참한 현실이다.

회사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날 주총에서는 제1호 의안으로 정관 일부 변경안 승인의 건, 제2호 의안으로 사내이사 박영근, 사내이사 조병문, 사외이사 김상돈 선임의 건이 올라왔다. 3호 의안으로는 상근 감사 선임의 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주총에서 이 세 가지 안건 모두 의결하지 못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의결 정족수 미달’. 회사는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제도 도입, 우편을 통한 의결권 위임 요청 등 의결권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세 가지 의안을 결의하지 못했다”며 “하반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선임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회사에 대한 관심이 식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400억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480억원에 이른다. 당기순손실도 770억원 수준이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진원생명과학 홈페이지 갈무리]

회사 창업자이자 대표인 박영근 대표는 이런 와중에도 작년에 보수로 27억원을 챙겼다. 박 대표가 받아간 지난 해 보수는 그나마 적은 편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18년 진원생명과학과 미국에 세운 자회사 VGXI로부터 38억원을 받더니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에는 100억원을 챙겼다. 회사는 지난 19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회사 정관에는 박 대표가 해임될 때 퇴직금 외에도 100억원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조항도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비자발적으로 사임하게 되면 퇴직금 외 보상액으로 100억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해 소액주주들이 정관 변경을 추진한 바 있다.

이런 적자 상황에도 고액의 보수를 챙겨갈 수 있는 이유는 잇따른 유상증자 덕분이다. 회사는 지난 2020년 이후 최근까지 7차례나 외부자금을 유치했다.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964억원, 2021년 1137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했고 전환사채 발행으로는 2020년 240억원과 2022년 11억원을 조달했다. 최근에도 제3자배정 방식으로 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도 지적 받기도 했다.


진원생명과학 주가 추이[네이버증권]

회사 주가는 처참한 수준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3만8000원까지 찍었던 주가는 현재 2500원까지 떨어졌다.

진원생명과학 소액주주 A씨는 “주가도 바닥인데 주총에 가도 매일 똑같은 얘기만 하고 개선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많은 주주들이 이제 관심도 없고 아예 없는 셈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가진 진원생명과학 지분은 8.37%. 특수관계인까지 합쳐도 10.47%에 밖에 안된다. 나머지 약 90%를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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