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이 근래 외자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정작 외국 기업인들은 툭하면 출국 금지를 당해야 하는 탓에 중국을 피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형사 범죄 기소 대상자 이외에도 비즈니스 분쟁에 따른 민사 소송 피고는 물론 소송 대상 기업에서 과거 일했던 외국 기업인에게도 마구잡이로 출금 조치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관련법에 따라 민사 소송 원고가 피고에 대해 출금을 요청할 수 있고, 중국 당국이 이를 대부분 수용해 곧바로 분쟁 대상 기업의 법정대리인, 고위관리인 등의 인적 사항을 중국 내 모든 공항과 기차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외국 기업인은 자신에게 출금 조처가 내려진 걸 모른 채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가 하면 언제 출국이 허용될지도 모르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심지어 중국 당국이 실수로 대상자를 변경하지 않아 엉뚱하게 출금 조처되는 사례도 있다.
실제 50대 후반 미국 시민권자인 우준이라는 이름의 사업가는 2017년 중국에서 출국 절차를 밟다가 5년 전 법정대리인으로 재직했던 기업으로 인해 출금 조처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기업이 2016년 3월 중국 현지 법원으로부터 급여 명목 등으로 8150달러(약 1100만원)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 출금 조치의 사유였으나, 2012년 퇴사했던 그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출국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WSJ은 7000달러(약 941만원)를 빚진 민사소송 원고 외국 기업인도 출금 조처를 당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중국에서 '쉬운' 출금 조처가 문제인 이유는 발이 묶임으로써 빚을 갚기 위한 비즈니스 활동이 중단되는 점이라고 짚었다.
실제 미국 여권 소지자로 중국에서 사업을 해온 후샤오베이는 친구로부터 45만달러(약 6억50만원) 이상을 빌린 이후 민사소송에 휘말린 뒤 부채 청산을 위해 돈을 빌릴 목적으로 미국행을 희망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거부당해 그 때문에 이도 저도 할 수 없었던 사례를 전했다.
중국 관련 투자 자문 로펌인 해리스 브릭큰의 파트너 댄 해리스는 중국에서 출금 조치는 채무 금액과 관계 없이 쉽게 내려질 수 있다면서 "출금 조치가 취해지면 기업 부채가 빠른 속도로 개인 부채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현지 여건이 외국 기업인에게 손쉬운 출금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 외국 기업인이 부채 상환보다는 부채의 늪에 빠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중 미국 대사관도 2017년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에서 미국인들이 출금 대상이 되는 수많은 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고 WSJ은 전했다.
신문은 이런 문제에 대한 질의에 중국 외교부가 자국 사법 기관이 "법에 따라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범죄 혐의가 있는 외국인의 출국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리창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지도부는 최근 외자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선 상태다.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 기업인들을 만나 개방 확대를 약속했던 시 주석은 지난달 27일에도 미 상공업계·전략학술계 대표단을 만나 "미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에 더 넓은 발전 공간(기회)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투자를 주문했다.
리 총리도 지난달 24∼25일 '중국 발전포럼'에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해외 기업인들에게 중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당부했고, 자오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같은 달 28일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해외 인사들에게 '중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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