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1일(현지시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식과 부동산에 실망한 중국인이 금을 사들이며 올해만 9% 넘게 오른 금값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8.70달러 오른 온스당 2257.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이날 장 초반 온스당 2288.40달러까지 오르며 23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로이터는 “금괴 가격은 유로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인도 루피화, 영국 파운드화 등 다른 통화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약 13% 급등했던 금 가격은 올 들어서도 9% 넘게 오르며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금값 랠리를 이끄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 확대와 중국 소비자의 금 수요 증가다.
세계금협회(WGC)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고는 약 1037t 늘었다. 역대 가장 많은 규모였던 2022년 1082t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미국 견제를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는 대신 금을 사들이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225t의 금을 매입했다. 이는 관련 통계 사상 최고 수준이다. 폴란드의 경우 지난해 금 130t을 사들였고, 인도는 2017년부터 꾸준히 금을 사들이며 지난해 보유량을 812t으로 늘렸다.
금 사랑이 유별난 중국에서는 증시·부동산 침체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금 쏠림이 더욱 심화했다. 지난해 중국의 금 소비는 2820억위안(약 52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는 “경기 침체와 자산 관리 상품 수익성 저하, 해외 투자에 대한 제한된 접근 등으로 최근 몇 년 간 중국 내 금 구매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가벨리 펀드의 시저 브라이언 매니저도 CNBC에 “중국에서 부동산 부문이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민간 투자자의 금 수요가 더 커졌다”면서 “중국의 일반 경제가 약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식시장과 통화 시장도 좋은 성과를 못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산층과 Z세대(1996~2010년 출생자)가 특히 금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금융 미디어 회사 우샤오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 가정의 약 11.7%가 금을 주요 금융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고, 중국 Z세대의 58.52%가 금을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국인은 금을 소량으로 자주 매입하는 투자 패턴을 나타냈다. WGC에 따르면 지난해 금을 매입한 중국인은 주로 10g 이하의 2000위안(약 37만원) 미만 금 제품을 선호했다. 프레드 추 보석 브랜드 개발 매니저는 “중국에서 금 판매점은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쇼핑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심지어 낙후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금값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금 투자자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 1분기 금 수익률은 뉴욕증시 우량주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수익률 5.5%보다 두 배에 육박한 9%”라고 설명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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