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EPA]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전쟁 정책이 아랍계 등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그만하라'며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무슬림 공동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비공개 백악관 초청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행사에 초청된 이들에 따르면 이날 참가자 가운데 한명이 자신의 행사 참석을 아내가 못마땅해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아내가 불만이 커 백악관 행사도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해한다면서 자신도 최근 질 여사로부터 가자지구 분쟁과 관련해 "그만 해요. 당장 그만둬요, 조(Stop it, stop it now, Joe)"라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흑인무슬림리더십협의회(BMLC)의 설립자로 이 행사에 참석했던 살리마 서스웰은 영부인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이처럼 강한 감정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대통령의 언급을 받아 적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 행보로 민간인 사상자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밖에서는 물론 민주당과 정부 기관 안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백악관의 막후 실세인 질 여사가 이렇게 강한 어조로 반대 의견을 표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차원으로 해석된다.
NYT는 질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 가운데에도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정책 및 정치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에 대한 질의에 백악관 당국자들은 가자지구 분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질 여사 사이에 이견은 없으며 영부인이 이스라엘에 하마스 대응 노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질 여사의 공보 책임자 엘리자베스 알렉산더는 성명에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영부인도 구호 인력을 겨냥한 공격과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무고한 인명 손실에 대해 상심하고 있다"며 "그들 모두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질 여사의 이런 반대 의견 표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지원 정책을 바꾸도록 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질 여사의 '그만하라'는 발언을 소개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전날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이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아 소속 직원 7명이 사망한 데 대해 "격분한 상태이며 비통하다"고 밝혔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감이 최근 몇주 동안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했다.
NYT는 질 여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수시킨 남편의 결정을 지지하는 등 과거에도 해외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해 왔으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장남 보가 2008년 이라크에 파병됐던 일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2022년 겨울 한 백악관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은 당시 누군가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칭찬하는 발언을 하자 질 여사가 화를 내며 "그는 내 아들을 전쟁으로 보냈다"고 답하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장남 보는 1972년 교통사고로 숨진 바이든 대통령의 첫째 부인 소생으로 2015년 뇌종양으로 숨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7년 질 여사와 재혼했고 질 여사는 이후 낳은 딸 애슐리를 첫째 부인이 낳은 장남 보, 차남 헌터와 함께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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