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금식 안지키면 철창행”…강해지는 말레이시아 이슬람주의[원호연의 PIP]
2024-04-10 17:42


라마단 기간 낮 시간 금식 후 밤에 식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이슬람교도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말레이시아에선 라마단 기간(이슬람 금식성월) 주간 금식·금주 규정을 어기다 종교 경찰에 적발되면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슬람 종교 당국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지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라마단 기간 낮 시간에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다 적발될 경우 최대 1000말레이시아링깃(28만5210원)에 달하는 벌금이나 최대 1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 기간에 이슬람 교도들에게 음식이나 음료, 담배 등을 팔다 적발되는 비 이슬람교도들도 처벌받는다.

심지어 더운 날씨에 물을 마시는 것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비 이슬람교도 학생들은 단식하는 이슬람교도 친구들을 위해 화장실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임산부들이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아니사 마흐무드는 지난 2018년 라마단 기간에 공공장소에서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당했다. 당시 그는 모유 수유 기간이었다.

올해 라마단 기간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적발 건수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말라카 주에서만 라마단 기간 동안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다 적발된 건수가 100건으로 전년도 41건에서 2배 이상 늘었다.

라흐마드 마리만 이슬람종교부 부장은 “인기 술집과 식당, 쇼핑몰, 공원 등에서 수시로 감시와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작전을 통해 종교부 집행관들은 금식 규정을 어긴 이슬람교도를 구금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 등에는 독특한 흑백 유니폼과 반사 조끼를 입은 종교 경찰들이 식당을 습격해 음식을 구입한 이슬람교도를 체포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전체 인구 3400만명 중 약 2060만명이 이슬람교도로 알려져있다. CNN은 “많은 남아시아와 동남아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도 역사적으로 온건한 형태의 이슬람교를 실천해 왔지만 최근 수년 간 종교적 보수주의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는 지난해 총선에서 약진하며 말레이시아 북구에서 종교적 보수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는 이슬람 정당 PAS가 있다. 종교 교사이기도 한 하디 아왕 PAS 당수는 이슬람 규율인 샤리아 법을 더욱 강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혼 커플의 밀접한 접촉을 금지하는 또다른 종교 규정인 할와트 법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8일 종교 경찰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고금 콘도미니엄을 급습해 2명의 남녀 배우를 할와트 법에 따라 체포했다. 이들은 보수 정치인들에게 비난을 받고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

말레이시아 여성 인권 단체인 ‘시스터스 인 이슬람(SIS)’은 최근 몇년 간 과도한 종교 법 적용이 더욱 심해졌다고 전했다. 아메나 시디치 SIS 대변인은 “이러한 도덕적 치안 유지 해위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슬람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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