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작아지면서 미국 국채 투자자들이 매우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미국 국채 수요가 일시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국채 금리는 연중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3개월 연속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왔고 투자자들은 섣불리 채권 매입을 하려 하지 않았다.
지난주 있었던 미국 재무부의 장기국채 입찰 성적도 신통치 않아 수요가 줄었음을 보여줬다.
연이은 경제지표에 타격을 받은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원하고 있다. 냇알리언스 증권의 국제 채권 부문 책임자 앤드류 브레너는 “현재 국채 시장에는 공매도 주문이 많다.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 국채 가격 하락세가 잠시 멈췄지만 15일 장 초반 국채 선물 가격이 다시 하락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 국채 수요가 생길 수 있지만 현재 경제 환경은 고금리가 더 오래 지속되고 채권값은 떨어지는(금리는 상승) 기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투자에 나설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처럼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는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 지수에 따르면 미국 국채 가격은 지난주 약 0.6%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2.6% 떨어졌다. 이는 2023년 4.1%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반납한 것이다.
맥쿼리 그룹의 글로벌 통화 및 금리 전략가 티에리 위즈먼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연준 목표치 2%를 크게 상회하면서 시장에서는 물가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75%까지 상승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그다지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로 국채 발행이 앞으로도 많다는 점도 시장을 더욱 억누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5월에 3860억 달러가량의 국채를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국채 발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 입찰이 무산될 경우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산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채가 대량 발행되면 시장금리 인상을 불러와 정부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시에라 뮤추얼 펀드의 제임스 세인트 오빈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 기조에 큰 변화가 있었다. 최근 나온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미국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6%에서 향후 10년 안에 6.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기간 민간 부채는 28조달러에서 48조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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