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K-라면의 유럽 수출이 1분기부터 호조세다. 네덜란드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네덜란드 수출 물량은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K-라면의 새로운 유럽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된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라면의 네덜란드 수출액은 1961만달러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1위와 2위는 각각 미국(4710만달러)과 중국(4380만달러)이었다. 1724만달러를 기록한 일본은 한 단계 떨어진 4위에 머물렀다.
네덜란드에선 K-푸드 열풍이 뜨겁다. 네덜란드 연간 라면 수출액은 2020년 이후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6400만달러로 일본을 넘어 3위까지 올라섰다.
국내 라면업계는 수년째 네덜란드를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2021년 말부터 네덜란드 대형 유통업체 알버트하인과 윰보 등에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알버트하인과 윰보는 현지 유통채널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업체다. 농심은 자사 제품을 세계라면코너가 아닌 현지 면류 제품과 같은 코너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삼양식품도 2017년부터 인기 제품 불닭볶음면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식품기업이 네덜란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네덜란드가 중계무역 강국으로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계무역이란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 자국에 반입하지 않고, 원상태 또는 재가공 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거래다.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진출 시 물류 인프라가 확보된 네덜란드를 거치면 수출액이 네덜란드로 기록된다.
네덜란드를 거치지 않고 유럽 다른 국가에 직접 수출되는 라면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라면 수출액은 1억4524만달러였다. 이는 전년 대비 63.2% 증가한 규모다. 5년 전인 2018년보다 328% 급증했다.
농심의 유럽지역 매출액은 2019년 2500만달러에서 2023년 6010만달러로 급증했다. 삼양식품 역시 2019년 해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 8000억원 넘어섰다. 오뚜기도 2020년 약 70억원에서 지난해 약 101억원까지 신장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달러로 9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업계는 올해 연간 라면 수출액이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심은 부산 녹산, 평택 포승 등 확보한 부지에 수출 라면 전용 공장을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당 부지를 활용하면 신규 공장을 마련할 여력이 충분히 된다”며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라면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진라면, 열라면 등 대표 제품을 활용해 진라면 치킨맛, 진라면 베지, 보들보들치즈라면 등 수출 전용 제품을 출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다양한 국가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홍보 중”이라며 “오프라인 매장 내 프로모션도 활용해 브랜드 알리기 활동을 지속 중”이라고 전했다.
삼양식품은 경남 밀양에 신규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추가 증설을 진행 중이다. 밀양공장은 삼양식품의 수출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올해도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영업마케팅을 강화하며 해외사업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육류 성분이 함유된 라면에 대한 유럽연합(EU) 수출 규제는 걸림돌로 남아있다. 정부는 EU와 수출 검역 위생 협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EU의 규제로 육류 성분을 대체하는 원료를 사용해서 제품을 생산 중”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수출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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