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채널 귀곰 영상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삼성·LG가 중국산보다 더 저렴하다.”
새로 선보인 프리미엄급 신제품 가격 184만원. 로봇청소기 가격이다. 중국산 브랜드이지만, 삼성이나 LG전자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이다. 이게 처음도 아니다. 기존 제품도 170만원 수준의 고가였지만, 완판될 만큼 인기였다.
이러다간, 국내 브랜드가 중국 브랜드를 이기려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라는, 상상 못할 판매 전략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던 중국산 브랜드가 변하고 있다. 이젠 아예 고가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기술력을 단기간 끌어올리고 이젠 프리미엄급으로 삼성·LG와 승부하고 나섰다.
일단은 로봇청소기이지만, 이대로는 TV나 냉장고 등 대형가전으로도 확산될 우려다. 국내 업체로선 심각한 위협이다.
[로보락 제공]
로보락은 16일 플래그십 로봇청소기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를 국내 출시했다.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출시 기념행사까지 개최했다.
눈길을 끄는 건 가격. 올해 신제품 가격은 184만원이다. 로보락 측은 “작년 플래그십 모델인 로보락 S8프로 울트라(6000Pa) 대비 더 향상된 1만Pa의 강력한 흡입력을 갖췄다”며 “벽 가장자리 1.68mm 이내 공간까지 빈틈없이 청소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로보락이 고가 제품을 선보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 선보인 플래그십 모델, S8 프로 울트라도 169만원에 이르렀다.
김서영 로보락 한국 마케팅 총괄[로보락 제공]
김서영 로보락 한국 마케팅 총괄은 이날 행사에서 “작년 제품인 로보락 S8 프로 울트라도 출시 이후 홈쇼핑 등에서 빠르게 완판돼 ‘사고 싶어도 사기 힘든 제품’으로 입소문 났다”고 전했다. 고가 제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걸 자신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도 최근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인공지능) 스팀’을 출시했다. 판매가격은 179만원. 로보락이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 신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출시한 셈이다. 청소기 한 대로 먼지 흡입, 물걸레 청소, 자동 세척, 스팀 살균까지 모두 가능한 제품이다. AI 기능도 한층 강화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스토어 청담점에서 비스포크 AI 스팀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로보락 제품은 현 LG전자 최고가 모델보다도 비싸다. LG전자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선보인 로봇청소기 제품 중 가장 고가 모델은 LG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R9로, 판매가는 공식 홈페이지 기준 159만원. LG전자도 곧 기능을 향상한 일체형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로봇청소기는 이미 국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작년 기준 로보락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5.5%로 전체 로봇청소기 시장 1위다. 로보락 외에도 샤오미, 에코백스 등 중국 브랜드가 모두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건 150만원 이상의 하이엔드급 로봇청소기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로보락 점유율은 80.5%에 이른다. 압도적 점유율이다.
로봇청소기만의 현실은 아니다. 로봇청소기 외에도 TV, 에어컨, 냉장고 등에서도 유사한 흐름이다. 가격을 앞세운 중저가 제품으로 승부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프리미엄급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일상 분야로 확대되면서 이젠 중국 브랜드가 기술력에서도 국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AS 등으로 내수시장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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