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군산의 한 농가에서 장석진 롯데마트·슈퍼 채소팀 MD가 양배추를 직접 만져보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매일 농가 대표 회장님한테 안부 전화했죠. 갈 때마다 자양강장제 음료 사 가서 에너지도 드리고, 믹스커피도 마시며 말동무가 돼 드렸답니다. 수확철에는 밭에 가서 일손 돕고 새참도 먹고요. 그렇게 탄생한 게 ‘990원 상추’입니다. ” (최우택 이마트 상추 바이어)
고물가 속 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앞다투어 최저가 채소·과일을 내놓기 위한 경쟁이 붙고 있다. 반값 채소 같은 파격적인 가격이 나오기까지는 농부의 마음을 설득하고 물량을 확보한 바이어들의 피땀 어린 노력들이 숨겨져 있다.
이마트가 이달 30일까지 판매하는 5월 가격파격 3대 상품 중 하나인 990원 상추(200g) 또한 4개월 간의 준비 과정이 있었다. 상추를 평균 소매가 대비 반값에 팔기 위해 최 바이어는 1월 파종시기부터 충남 논산, 경기 이천 등 100여개 농가를 다니며 이 중 45곳으로부터 100만t(톤)의 물량을 얻어냈다.
최우택 바이어가 4개월 동안 방문한 100여개 상추 농가 중 한 곳의 모습. 작업자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이마트 제공]
기후위기 속 속상한 농심(農心)을 달랜 바이어도 있다. 1년 사이 2배로 오른 양배추를 12일까지 2990원이라는 반값에 판매하는 롯데마트의 장석진 MD 이야기다. 매주 전라도 무안, 해남과 제주도를 오갔다. 지난 3개월 간 이동거리만 합하면 약5000㎞에 달한다. 그는 흠집이 나 버려지듯 한 쪽에 쌓인 농산물 앞에서 허탈해 하는 농부들로부터 ‘이런 걸 뭐하러 가져 가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장 MD는 “일조량 부족과 잦은 비로 자포자기 심정인 농가도 있었다”면서 “양배추 1통이 부담스러워 ‘4분의 1’짜리를 사는 소비자도 있으니 맛과 영양이 좋으면 선택 받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손재영 GS리테일 농산팀 구매 담당자(오른쪽)가 전남 고흥군의 한 마늘밭에서 농민과 함께 수확을 앞둔 마늘을 점검하고 있다. [GS25 제공]
편의점 바이어들도 싼 채소를 확보를 위해 팔을 걷었다. 김진섭 GS리테일 신선식품강화팀 과일MD는 “살짝 흠이 있거나 평소보다 작게 나온 농산물을 찾아 시중 가격의 절반으로 공급 중”이라며 “슈퍼(GS더프레시)와 편의점(GS25) 물량을 동시에 받아 매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마참외, 한임꿀밤고구마, 실속꼬맹이고구마 등이 대표적이다.
고물가 상황 속 최대 반값 수준인 흠과(흠이 있는 과일), 리틀채소는 확실히 소비자의 선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일반 사과 매출보다 70%가 높다. 같은 기간 리틀채소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7%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제공]
이 같은 저가 상품 선호 현상에 편의점들도 가성비 PB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변화한 소비 심리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콩나물, 두부 등 저가 장보기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판매하는 신선식품 PB상품인 세븐팜 굿민의 안심달걀, 안심콩나물, 국산콩두부의 장보기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로 신장했다. 일례로 세븐팜 굿민안심콩나물의 가격은 1200원 수준으로 대형마트 수준으로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췄다.
GS25는 GS더프레시에서 운영했던 가성비 PB브랜드 리얼프라이스를 본격 도입했다. 리얼프라이스는 두부, 계란, 삼겹살, 휴지, 우유 등 생필품을 오프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맞춰 판매 중이다. 이 리얼프라이스의 올해 1월 대비 4월 매출 신장률은 151%에 달했다.
CU 또한 김치, 즉석밥 등 40여 종 상품으로 구성된 가성비 PB브랜드인 득템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 7일까지 득템시리즈의 전년 동기 매출 신장률은 193.1%였다. 해당 상품들은 4월 말 기준 누적 3000만개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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