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를 열어 계약을 취소했다 해도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총회 의결 자체를 무효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 김준영)는 최근 원고 A씨와 B씨가 서울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인 A씨와 B씨는 2009년 재정비가 결정된 청량리재정비촉진진구 일대에 토지와 건물 일부를 소유하고 있었다. 원고는 사업시행자인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로부터 2015년 상가 1채를 분양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관리처분계획은 분양신청자의 기존 토지 및 건축물 평가액에 103.04%의 비례율을 곱해 권리가액을 산정한다고 정했다.
이후 2018년 3월 추진위는 분양면적당 단가 상승으로 사건 사업성이 좋아져 비례율이 종전 103.04%에서 103.66%로 증가했다며 추가 분양신청을 받았다. 원고들은 오피스텔 1채를 추가로 분양받고자 했으나 당시 분양 계약 대행 용역업체의 착오로 체결이 거부됐다. 같은해 10월 추진위는 원고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오피스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0년 추진위는 ‘권리가액’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총회를 열어 오피스텔 추가 공급 계약을 취소하기로 결의했다. 부동산 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동산 평가액 자체를 권리가액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근거로 2022년 10월 임시총회를 열어 원고들에게 기존 상가 1채 외에 외스텔을 추가로 분양하지 않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을 결의하기도 했다.
원고들은 분양계약을 체결한 뒤 권리가액 산정 방식을 바꿔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추진위는 조합의 결의에 대한 소송은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 대상이라며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재판부는 추진위의 총회가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과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진위는) 사업시행자로서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하는 행정주체”라며 “2020년 결의(총회)의 내용은 오피스텔 공급계약을 취소하겠다는 것으로 조합원의 권리관계를 정하는 공법 상의 관계”라고 했다.
재판부는 조합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내부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기 때문에 변경을 통한 이익이 종전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추진위가 2020년 권리가액 산정을 변경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을 져버려 위법한 결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5년, 2017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 권리가액은 비례율을 곱해 산정한다고 명시했다”며 “오피스텔 분양대상자의 지위를 부여받은 원고들에 대해 2년이 지나 합리적 이유없이 제외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재산권과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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