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AI 쾌속선, 삼성 왜 올라타질 못하니…SK·LG·두산·HD현대 ‘飛上’ 구경 언제까지? [투자360]
2024-05-30 16:3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SK·LG·HD현대·두산 등 국내 그룹사들의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성과와 기대감으로 인해 보다 더 높은 지점을 향해 비상(飛上) 중이다. 국내 증시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란 지원 사격 하에 추가적인 주가 상승 기대감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 글로벌 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향(向)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차질 이슈 등으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계열 상장사의 시총 합산액이 국내 증시 전체의 5분의 2에 육박하는 삼성그룹의 부진은 코스피·코스닥 지수 전체의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도 뼈아픈 지점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SK하이닉스·SKC), LG(LG전자), HD현대(HD현대일렉트릭), 두산(두산·두산에너빌리티) 그룹 내 AI 수혜주로 꼽히는 6개 종목들의 최근 한 달 간 수익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대비 전날 종가까지 두산 주가가 52.98% 상승하며 가장 높은 등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SKC(33.52%), 두산에너빌리티(29.24%), LG전자(21.70%), HD현대일렉트릭(18.40%), SK하이닉스(13.89%) 순서로 뒤따랐다.


SK그룹 2개사(社)의 경우 모두 AI 대표 수혜 섹터로 꼽히는 반도체 관련주였다.

국내 증시 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에 필수적인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핵심 밸류체인 기업이다. HBM 기술·시장 점유율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1위 기업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 장 초반 21만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1164.9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데 힘입은 결과다.

최근 한달 새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값이 23만7000원 수준인 가운데, SK증권은 목표주가를 28만원까지 높여 부르기도 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큰 폭의 이익 개선과 함께 반도체 업사이클 시기에 메모리 전문기업의 주가가 강하게 반등한다는 점, HBM 시장 우위 입지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주가를 추가로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차세대 HBM3E 출시와 TSMC가 겪고 있는 병목 현상 제거”라고 예측했다.

SKC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중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을 최초로 받은 ‘반도체 유리 기판’ 제조사 앱솔릭스를 계열사로 거느린 게 투심을 자극해 주가가 상승하는 포인트로 작용했다. ‘반도체 유리 기판’은 미세 공정 기술의 진보가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AI 등 고용량 데이터의 고속 처리 기술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LG전자의 경우 냉난방 공조시장 내에서 구축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AI주로 주목받고 있다. 방대한 전력을 투입해 발열이 심한 AI 서버 등을 식히기 위한 고성능-고효율 냉각시스템(칠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환경 속에 LG전자가 관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전자는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과 발열 문제를 동시에 해결 가능한 냉각 시스템 분야에서 토탈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어 B2B(기업간 거래) 냉난방공조시스템 분야에서의 고성장이 기대된다”면서 “특히 북미를 비롯해 해외 신규 건설 중인 반도체, 배터리, 원전 공장에 필수 탑재되는 칠러는 연평균 40%의 매출 성장세가 전망돼 향후 가전 사업의 추가적인 실적 레벨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AI 열풍을 타고 전력기기 산업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실적 개선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투심을 자극 중이다. 김광식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업황은 제1시장인 미국과 제2시장인 유럽연합 등에서 충분히 단단하고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면서 “2025년부터 더 강한 전력기기 수요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내부 전자BG 부문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게 된 두산, 미국 최대 소형모듈원전(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가 추진 중인 SMR 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 증기발생기 튜브 등을 수주한 두산에너빌리티 등도 AI발(發) 호재의 직접적 수혜주로 꼽힌다.

증권가에선 삼성그룹이 ‘재계 1위’란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AI 부문에서만큼은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가 HBM 부문에서만큼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AI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개월 간 1.96% 하락하며 ‘역주행’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같은 기간 29.97%나 오른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국내 증시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감이 뚜렷이 드러난다.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은 1조706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다. ‘글로벌 HBM 1위’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6107억원어치나 순매수한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 밖에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3036억원), LG전자(1988억원), 두산(192억원), SKC(93억원)에 대해서도 수매수세를 보이며 AI 수혜주에 대한 관심을 확연히 드러냈다.

다만, 증권가에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삼성그룹 역시 AI 랠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HBM 공급 부족 현상과 경쟁사들의 단기 추가 대응 여력 한계 속에서 삼성전자의 HBM 생산 능력 가치가 더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고객사들의 AI수요에 대한 원활한 대응을 위해서는 HBM의 안정적 수급이 필수적”이라며 “HBM 공급 부족은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당위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역시도 대표적인 AI 수혜주로써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예측도 이어진다. 삼성전기는 지난 28일 연중 신고가(16만2900원)를 기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포트폴리오가 AI 및 전장용, 로봇용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기대된다”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산업용과 전장용 비중이 올 하반기에 35%를 넘어서면서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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