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누가 더 빡쳤는지 따져서 뭐해…한 대씩 주고 받았으니 삐지지 말자”
2024-05-31 18:10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유임에 성공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걸어들어왔다. 뉴진스도 “난리가 났다”며 “스케줄만 없었으면 당장 만났을 것”이라고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모회사 하이브와 ‘경영권 탈취’ 의혹에서 시작된 소송전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다. 민희진 대표는 이제야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하이브에 화해를 청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와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 측이 추천한 새 사내이사가 선임된 이후 열렸다.

민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의 이숙미 변호사는 “주주총회는 5분 만에 끝이 났다”며 “1호안인 민희진 해임의 건에 대해 하이브 측은 ‘찬성 의견이나 가처분 결정을 존중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했고, 다른 이사들은 해임됐다”고는 상황을 들려줬다.

법원은 전날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이는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민 대표는 유임됐으나,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민 대표 측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를 해임되고, 자사 내부 임원인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어도어의 새 이사진이 됐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유임에 성공했다. 임세준 기자

세종 측은 “지금 하이브 쪽 이사가 대거 선임됐기에 곧 다시 이사회가 소집될 여지가 있고, 민 대표의 해임안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도어도 주주간 계약의 당사자이기에 어도어가 그런 이사회를 할 경우 또 다시 가처분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모두를 힘들게 하는 일이기에 민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 자리를 급히 마련한 것도, ‘고립무원’의 상태에 처한 만큼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어 홀가분한 점은 있다”며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게 되면 상대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걸 바로잡으려 가처분을 냈다”며 “이 분쟁의 요인은 애초 직위와 돈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뉴진스와 제가 팀으로 이루고 싶었던 비전과 청사진이 있는데 그 비전이 꺾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분쟁이 누구를 위한 분쟁이고, 무엇을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 서로 힐난하고 비방하는 것이 너무 지겹지 않나”라며 “대의적으로 생각해 어떤 것이 실익인지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특히 하이브 입사 이후 자신의 성과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보이그룹이 더 큰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이그룹이 7년이나 걸릴 성과를 뉴진스는 2년 만에 냈다”며 “그런 성과를 내는 사장에게 어떻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주식회사는 한 사람만의 회사가 아니다. 여러 회사로 구성돼있고 사업적 비전을 위해 다같이 가는 조직이 돼야하는데, 제가 어도어를 위해 헌신하고 일을 한 점에 있어 하이브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닌 상황에서 이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건설적으로 건강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다시 한 번 판이 바뀌어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 어떤 결정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재고가 필요하다”며 “감정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물론 민 대표도 하이브와 타협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 대표는 “경업금지 독소조항만 없어지면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하고 타협할 수 있다. 이건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 내용이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어도어)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조용히 건드리지 않으면 할일을 해서 이득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표가 강조한 ‘독립성’은 업무, 홍보, 해외 마케팅 등이다. 특히 ‘밀어내기’를 비롯해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위한 굿즈 제작부터 스타일링을 위한 업체 선정 등에서 하이브와 빚은 마찰을 언급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의 음반 밀어내기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하이브에서 ‘담배 타임에서 지나가던 말로 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하이브는 ‘음반 밀어내기’ 제안은 지나는 말로 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한 말은 지나가는 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유임에 성공했다. 임세준 기자

앞서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민 대표의 카카오톡 내용과 메모를 주요 증거로 내세운 것에 대해 민 대표가 “농담이고 사담이었다”고 이야기한 것에 대한 하이브의 반응을 언급한 것이었다.

민 대표는 이날도 “어떤 부분은 농담이었고, 어떤 부분은 사담이었으며, 그런 것들이 다 섞여있는 거다. 하이브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간의) 이견이 있는데 하이브에 강력하게 이야기해야 할 부분도 있고 우리의 카드로 갖고 싶어 타진했던 이야기도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일축해서 ‘모든게 농담이고 사담이었다’고 하면 내가 또 거짓말쟁이가 된다. 개인 카카오톡이기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 법원의 판결문에서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모색은 나 말고도 많이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민 대표는 현재 ‘갈등의 봉합’을 원하는 상황이다. 그는 “죽이 되든 밥이 된든 같이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고 타협의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굳이 시시비비를 따져 (하이브를) 비판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하나하나 어디부터 뭘 고쳐야 하는지 따져나가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하이브의 조직 쇄신을 위해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유임에 성공했다. 임세준 기자

민 대표의 현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새로 선임된 사내이사의 민 대표와 어도어의 경영방식, 아티스트의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 혹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민 대표는 “그러한 상황은 (신임 이사들의)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되는 것이라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 판단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하이브가 어도어를 발전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협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회사(하이브)에 의리를 지키려면 가끔 뉴진스·어도어를 배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지만 저는 어도어 사장이라는 게 제1순위다. 그러라고 어도어가 독립법인으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어도어가 독립법인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에 대해 ‘뉴진스와의 비전’을 언급했다. 그는 “뉴진스와 저의 비전은 ‘그저 행복하게 살자’다”라며 “얘네(멤버들)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인도하느냐가 중요하다. 7년 아티스트 하면 지겨워서 시집가고 싶거나 유학 가고 싶을 수도 있다. 이후에는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게 장기적으로 그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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