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헤리티지와 ‘미키의 꿈’..콘티키 처럼 4천년 카누 복원[함영훈의 멋·맛·쉼]
2024-06-02 15:21

[헤럴드경제(미국령 사이판)=함영훈 기자] 사이판, 티니안, 로타섬으로 구성된 미국령 마리아나 제도가 복원된 400년 전통의 카누 시승, 태평양 문화공연 등 전통 문화의 공유로 세계인과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인 입양아로 고진감래 성공한 CEO, 미키 사장이 앞장섰다. ▶이 기사 하단,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사이판의 차모로-사모아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출신 미키(한국명 김민기·41) 사장이 한국과 태평양 섬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초등학교때 입양됐지만, 여전히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희극인 윤정수를 닮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차모로 전통카누가 최근 복원돼 주말 무료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크라운 플라자의 전통공연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겐 문화적 상대주의를 이해하고, 문화인류학적 소양을 넓히는 기회가 된다.

한국 등 세계인과 문화적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마리아나 제도 헤리티지 콘텐츠·액티비티 체험의 중심에는 한국 출신 입양자 사장님 미키(41)가 있다.


틈날때 마다 해안,정글 정화활동을 벌이는 한국인 출신 차모로 입양 사장 미키(앞줄 가운데)

▶태평양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사이판 전통공연= 사이판 중심지역인 가라판과 마이크로비치에 포진한 호텔·리조트 등에서는 사이판 서부의 눈부신 해안 석양과 함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

태평양전쟁때 일제 전범에 희생당한 한국인 징용자의 위령공원을 확장하고 국민적 여론을 환기시킨 월드건설 조규상 회장이 지어 운영하다가 국방산업으로 유명한 한화가 인수하며 업그레이드시킨 월드리조트, 태평양 여러 섬의 민속을 아우르는 공연을 한국인 입양가정 미키패밀리가 주도해 펼치는 크라운플라자 등이 이곳에 포진해있다.

사이판에서 가장 최근에 오픈한 중심가 가라판시의 크라운플라자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IHG)의 첫 번째 사이판 호텔이다.


크라운 플라자

가라판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마이크로 비치(Micro Beach)를 프론트 비치로 하는 자리에 총 422개 객실을 보유하며 대규모 부대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키즈 풀을 포함한 3개의 야외 수영장과 4개의 바 및 레스토랑, 피트니스 센터, 그리고 야외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개별 예약한 손님의 경우 리조트 앞 선착장에서 마나가하섬행 보트를 바로 탑승할 수 있기도 하다.

매주 월, 수, 금은 석양을 배경으로 한 전통 춤 공연과 식사를 겸비한 아타리(Ataari) 디너쇼가 펼쳐진다.


아타리 쇼

▶한국서 입양된 미키 사장님의 꿈= 크라운 플라자의 아타리 디너쇼는 초등학교때 사이판에 입양된 김민기(미국명 미키) 사장의 동생이 주도한다.

미키는 10세 무렵 이곳에 입양돼 차모로 어머니와 사모아 출신 아버지를 모시면서 전통공연단 리더를 하고 있는 양동생과 함께 우애를 나누며 한국-마리아나 제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태평양 문화 공연을 이끌고 있는 미키의 차모로 동생(가운데 드러머)


보스 미키가 운영하는 다양한 액티비티와 전통문화 체험

여행자들에게 액티비티, 관광 등을 패키지로 안내해주는 미키는 사이판 해양 플로킹, 수중 쓰레기 수거, 한국인 위령탑 청소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한국 핏줄임을 잊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우정이 사이판-티니안을 고리로 더욱 든든해지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미키의 차모로-사모아 혼혈 동생이 주도하는 아타리 민속쇼는 마리아나제도, 사모아, 마샬군도, 미크로네시아, 하와이, 투발루, 폴리네시아 등을 망라하는 태평양 섬 지역의 같은 듯 다른 문화공연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한국인 징용자 후손들은 똑똑해서 미국 본토 등으로 유학가 정착했지만, 여전히 마리아나 어린이 공연단에는 한국 후손이라는 느낌이 드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남양군도에서 희생된 수만명 한국인의 기억하게 해준 월드건설은 월드리조트를 지어 운영하다 국방산업으로 유명한 한화에 매각했다.

이 월드리조트는 지상 10층으로 259개 전 객실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자연 비치를 보유하고 있다. 선셋바, 바비큐 정글스테이지, 도서관 형 휴게실 오사시스 라운지 등도 보유한다.

워터파크는 200m 최장 슬라이드, 마스터 블라스터, 블랙홀, 코끼리 물폭탄 등을 갖췄다. 문화공연으로 폴리네시안 전통춤 공연이 있다. 블랙홀과 코끼리 물폭탄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월드리조트 워터파크 코끼리 물폭탄은 사이판의 명물이다. 스포츠관광 인플루언서 스포츠봉이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해변에서 아름다운 일몰과 원주민 쇼를 즐길 수 있는 ‘BBQ 디너쇼’가 인기다. 1층에 위치한 '뷔페 월드'는 한식, 일식, 중식 등 150여 가지의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

월드리조트의 ‘키즈 컬리지’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전통카누 복원 원팀 “콘티키 처럼!”= 전통문화와 관련, 토요일에는 최근 미국령 마리아나제도의 차모로 주민과, 차모로계 미국인, 순수 미국인이 ‘500세일즈’라는 이름으로 원팀이 되어 부활시킨 4천년 역사의 ‘마리아나 전통 카누’(Historical Design Cano)를 탄다.


500세일즈 원팀

마치, 과거 페루와 남서태평양 군도 사이를 오가던 콘티키(Kon-Tiki)호가 복원됐던 것 처럼. 콘티키호는 태평양 횡단 항해술을 서양보다 1000여년 앞서, 같은 태양신을 숭배하는 남아시아-남미인들이 먼저 성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배이다.

차모로-스웨덴 혼혈인 엠마 페레즈는 500세일즈(Sails)를 남편 피트 페레즈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살다 사이판으로 이주했다.

어머니의 나라 차모로의 문화에 대해 연구하던 그녀는 노르웨이 사람 하이에르달이 고대 태평양 횡단 배 콘티키호를 복원한 것 처럼 마리아나 전통 카누 복원에 나서겠다고 마음먹고 2013년 비영리 법인인 이 회사를 설립했다.


엠마와 마리오

그리고 사이판 현지 카누 부문 인간문화재 마리오씨를 만나 복원에 성공한뒤 북마리아나 주지사로부터 ‘휴머니티 어워즈’를 받았다. 스페인지배때 사라진 카누를 복원해 마리아나인의 지혜로운 생활문화를 세계에 다시 보여줬기 때문이다.

남편 피트페레즈는 지난 4월 은퇴해 이 공익사업을 부인에게 넘겨준뒤, 지금은 조선소 자원봉사, 카누 제작, 세일링 강사로 백의종군하고 있다. 제작자인 그는 역사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9척의 차모로 카누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현재 피트를 포함해 많은 제작자들이 총 14척을 만들었다. 피트는 처가인 차모로인의 지혜가 담긴 카누를 앞으로 500척까지 만들 계획이다.

조교인 크리스는 미국 샌디에이고 해양레저 매니저하던 중 이곳에 놀러왔다가 감명받고 곧바로 이주했고, 이곳에서 페레즈 부부를 만나 차모로 전통카누 복원 및 확산 사업에 합류했다.


출항을 앞두고 한국기자들의 촬영 세례를 받는 500세일즈 원팀

▶엠마와 피트, 그리고 마리오·크리스의 꿈= 엠마는 “차모로 민족이 스페인 지배때 잊어버린 것이었는데 그나마 마리아나제도의 또다른 원주민인 캐롤리니언은 이 전통의 명맥을 유지했고, 이는 복원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면서 “1742년에 제작된 티니안 전통카누를 발견해, 이를 분해해 설계도를 만들고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항해법은 마리오(61) 등 차모로 현지인 2명으로부터 항해법을 전수받았다. 제작비는 처음엔 희귀한 원래 소재들을 써서 1척에 20만달러나 들었지만, 지금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현대적 소재를 일부 가미하고 숙련도도 높아져 5만달러 가량 든다고 한다.

그녀는 “4000년 역사를 가진 지혜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차모로인들은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마리아나제도를 신성한 차모로 카누 경험을 하는 특별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 아름다운 마리아나 바다 한가운데에서 카누를 타면 마음에 평화가 깃들면서 놀라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익 법인 500세일즈 카누 보관소는 사무실을 겸한다. 테이블2개 옮길수 있는 의자 10개 가량이 전부다.

사크는 큰 카누, 작은 것은 네니(아기)라고 부르는 등 배 마다 이름을 붙였다. 배 이름 중 리처드 샐먼도 있는데, 500세일즈 공로자 중 한 명으로 최근 사망했다.

아나구안은 사이판 마을이름이다. 카지노를 건설할 때 땅을 팠더니 700구의 시신이 발견된 곳이라, 이들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아나구안이라고 지었다.

가장 작은 카누는 ‘아니무지’로 귀엽다. 티니안까지 모터보트로는 1시간, 카누로는 2시간이 걸린다. 마나가하까지는 모터보트로 20분, 카누로 45분 소요된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무료 체험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를 전일 진행하는 대중적 체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크라운프라자 등 20여개 호텔리조트와 대화를 진행중이다. 500세일즈에서는 수영 클래스와 라군 투어 등도 한다.

문화를 이해하는 마음, 사랑과 우정이 있을 때, 사이판, 티니안, 로타 여행은 더욱 두툼해진다.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5월13일 ▷원폭 출격한 티니안 가보니, 푸른 파라다이스였다 ▶5월14일 ▷국제 먹방 대회 1위 한국인, 선명한 복근 과시 ▷숨은 보석섬 티니안, 열 빛깔 바다를 품었구나 ▶5월20일 ▷사이판서 등산,승마? BTS순례코스 까지, 즐길 것 늘었다 ▷타포차우산 등정하니 비로소 지구는 둥글다 ▷삼성부터 리틀야구까지 온국민 징용 희생자 추모에, 공군사관 생도들 “나라 꼭 지켜내겠다” ▶5월23일 ▷호기심 천국 티니안 한바퀴..“하루속히 배 띄워야” ▷“작은 고추가 맵다” 티니안 페퍼와 한국인 후손들 ▷티니안 남에서 북까지, 선샤인&다크 투어 가이드 ▶5월 27일 ▷등산·승마·전통체험까지…사이판 여행이 달라졌다 ▶5월 28일 ▷휴양 넘어 체험까지...사이판 ‘1+1 여행’ ▶6월 2일 ▷바닷속 그랜드볼룸 로타홀..그로토는 티니안에도 있다..액티비티 확장 ▷사이판 헤리티지와 ‘미키의 꿈’..콘티키 처럼 4000년 카누 복원



abc@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