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외환보유액이 5개월 사이 73억달러 가량 감소했다.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 방어를 위한 매도 개입 등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8억3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4201억5000만달러에서 73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2020년 6월 4107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1·2월 줄었다가 3월 석 달 만에 반등했지만, 4월 다시 감소세로 돌어선 뒤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줄었다.
강달러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모양새다. 실제로 5월 매매기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65.39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평균(1303.98원)과 비교하면 60원 이상 높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월 외환보유액 감소는 주로 스왑시장에서 일어났다. 해외투자 등을 위해 달러가 필요한 국민연금에 한은이 스왑계약으로 외환을 공급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스왑시장에서 외환을 받지 못했다면 이 수요는 고스란히 현물환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컸다. 달러를 사야 했으니, 당장 환율 상방요인이다.
결국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해 달러 수요를 감소시킨 셈이다. 다만, 스왑은 기간이 만료하면 외환을 다시 돌려주기 때문에 영구적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은 아니다.
한은은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했으나,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에 따른 일시적 효과와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해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4월엔 감소세가 더 컸다. 4월 외환보유액은 전달대비 59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분기 말 효과 소멸에 따른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이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 공급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기록한 4월 16일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다만, 한은은 아직 외환보유액이 대외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달 별첨 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은 대외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며 “외환보유액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5%)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4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다. 1위는 중국으로 3조2008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일본(1억2790억달러), 스위스(8787억달러), 인도(6402억달러), 러시아(5979억달러), 대만(567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446억달러), 홍콩(4164억달러)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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