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레바논 상공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최근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레바논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미국은 몇주 전부터 이스라엘 측에 확전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당국자 2명과 이스라엘 당국자 1명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몇 주간 레바논에서 국지전(limited war)을 하겠다는 이스라엘의 기조에 반대하며 이는 이란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측에 레바논에서 벌이는 국지전이나 소규모 지역 전쟁은 확전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할 경우 장소가 국경 인접 지역으로 한정되더라도 이는 이란의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전했다.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해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공격해왔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세력 견제 차원에서 레바논 남부는 물론 시리아 접경지의 군사시설과 고위급 지휘관 등을 노린 잇단 폭격으로 대응해왔다. 이에 국제사회는 확전 자제를 촉구했고, 이스라엘의 공격이 레바논 영토에 대한 공개적인 군사작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헤즈볼라가 국경 최대 50km 떨어진 이스라엘군 표적을 향해 드론을 발사하는 등 공격 범위를 확대하자 이스라엘의 기조에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지난 4일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직접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전쟁 내각이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정예 부대인 라드완 부대를 국경 지대에서 몰아내기 위해 지상 작전을 벌이는 방안 등 여러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헤즈볼라와의 전쟁이나 레바논에서의 제한적인 작전 수행은 “이스라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에 따른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대의 확전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분쟁이 확대되면) 이스라엘인과 레바논인 모두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볼 것이며,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안보와 안정에도 큰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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