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에 위치한 아인속나항 컨테이너 터미널.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예맨 반군 후티의 선박 공격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빚어졌던 물품 공급 부족 및 지연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해상운송 정보업체 제네타가 집계한 중국에서 유럽까지 평균 해상 운임은 지난해 10월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당 1200달러에서 최근 7000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해당 운임이 1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던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1년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해상 운임은 2TEU당 6700달러를 웃돌았다. 상하이에서 뉴욕까지 운임도 약 8000 달러에 이르고 있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이들 구간 운임은 약 2000달러 수준이었다.

운임 상승뿐 아니라 각종 수수료도 해운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이미 확정된 운송 일정을 수시로 취소하는 한편 운임 외에 컨테이너에 특별 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

글로벌 해상 운임의 상승 배경에는 작년 말부터 이어진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 등을 비롯해 다양한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70여차례의 공격으로 선박 1척이 나포되고 최소 3명의 선원이 사망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해군 호위함을 기다리거나 아예 운하를 피해 아프리카 대륙을 빙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고 있다. 대체 항로는 수에즈 운하보다 통상 2주 정도 더 기간이 소요된다.

북미와 남미 대륙 사이의 파나마 운하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수량 부족 때문에 운영 당국이 통과 선박 수를 줄였고 이에 따라 대기 시간도 길어졌다. 운하 통행료도 크게 오른 상태다.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운임 상승에 대해 “아직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본다”라며 추가 상승을 예고했다.

여기에 파업까지 예고되면서 운임 상승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동부와 동남부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최근 사용자 단체와의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파업을 시사했다. 캐나다에서도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 채비를 하고 있어 밴쿠버항과 연계되는 북미 물류망의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운임이 오르고 항만이 혼잡해지자 앞선 팬데믹 시기 공급망 교란에 따른 교훈을 얻은 수입업체들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주문 시기를 앞당긴 것도 혼잡을 더욱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네타의 샌드 애널리스트는 “상황이 매우 복잡하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다”며 “현재로선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