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일 재무장관이 과도한 통화가치 하락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글로벌 강달러 속에 원화·엔화가 약세를 이어가자 공동으로 구두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경제수장이 공동 메시지를 내놓은 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 면담 이후로 2개월여 만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지난해 6월 일본에서 개최된 이후로 1년 만에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회의를 개최하는 건 8년 만이다.
양국 장관은 이날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 국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정학적 갈등 ▷주요 교역파트너의 성장 둔화 ▷외환시장 변동성 등을 주요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특히 양국 통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 양국은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계감을 갖고 민첩하게 정책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국 증시의 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정책,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이전하는 ‘자산운용입국’ 계획 등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장관은 한국의 저출산 대응책과 일본의 아동미래전략을 공유, 저출생을 공통의 구조적 도전과제로 보고 최적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책경험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해 재개된 한일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금융 안전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이달 20일 조세재정연구원과 재무성 정책연구기관(PRI)의 협력의향서(MOI) 체결을 계기로 재정건전화와 지방소멸 등 양국 공통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대한 연구협력이 촉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국은 다자개발은행(MDB) 개혁과 취약국 채무재조정 등 국제 의제에 대해서도 적극 공조하기로 했다. 제3국 공동진출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또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신속금융 프로그램, 재원구조 개편 등 후속 논의 과정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제10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내년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한일은 공통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 대응 파트너”라며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무대뿐 아니라 한일 및 한일중 재무장관회의 등 다양한 무대에서 양국 신뢰를 토대로 협력해 국제사회 주요 이슈 해결에 기여하자”고 말했다.
한편, 스즈키 재무상은 모두발언에서 경기 화성의 리튬 일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를 언급하면서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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