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를 앞둔 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여행객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하반기 여행자보험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지연을 보상하는 ‘항공기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이 당국의 승인을 받고, 각 손해보험사에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수형 보험이란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으나, 국내에선 도입된 바 없다. 이에 따라 지수형 보험 출시 시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개발원이 만든 항공기지수보험 참조순보험요율(참조요율) 승인 작업을 완료했다. 항공기지수보험은 여행자보험의 추가 담보(지수형요율을 적용하는 특약) 형태로 출시된다.
금감원은 처음 출시되는 형태의 담보인 만큼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손보사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이르면 내달 관련 보험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기존 여행자보험에 항공기 지연 담보가 있었지만 지수형 특약 출시로 여행자보험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약의 성격이 조금 더 명확해지고 보험금 규모도 유연해질 것으로 예상돼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형 항공보험 형태는 늦어지는 시간만큼 정해진 액수를 보상해주는 식이 될 전망이다. 전에는 비행기가 연착되면 연착 기간 동안 영수증을 제출해 증빙해야 했다. 지수형 보험이 도입되면 일일이 손해를 증빙해 실제 손해액을 받을 필요 없이 2시간 늦으면 2만원, 4시간 늦으면 4만원을 지급하는 식으로 지급받게 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료 수준이 관건이 될 것인데, 이번 상품은 몇 천원 수준의 보험료로 책정됐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해 편리해지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특약 출시와 함께 여행자보험 시장은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자 수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여행 관련 보험 상품 및 특약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여행자 수는 6555만명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7065만명의 92.8% 수준을 회복했다.
해외여행자 수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해외여행자 수는 2272만명으로 2019년 2871만명 대비 79.1%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는 178만명으로 2019년 동월 291만명 대비 61.2%였지만 12월에는 242만명으로 2019년 동월 234만명 대비 103.1%를 기록했다.
여행객 수가 증가하고 상황이 정상화되면서 보험업계도 여행 관련 상품과 특약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해외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보험 가입자 모두에게 보험료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귀국 축하금’이나 ‘해외여행 중 여권 도난·분실 추가 체류비용’ 특약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지수형 보험은 항공기 지연보험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확장될 전망이다. 기후리스크에 대비한 날씨 보험, 사이버리스크를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도 논의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의 날씨지수형 보험은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태국에서 2010년 출시한 상품의 경우 태국 기상청의 데이터를 받아 벼농가를 대상으로 가뭄 피해를 보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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