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헝가리 총리, 러 이어 中도 방문...EU 의장국 명함 들고 과감 행보
2024-07-09 11:58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이 된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과감한 행보로 주목 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024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와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고 미국의 대러 정책도 대놓고 비판했다.

오르반 총리는 8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유럽,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평가가 가능하다”며 미국이 이러한 회담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평화 계획을 갖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전쟁 정책’(war policy)을 운영하고 있다”며 “유럽은 유럽만의 전략적 접근과 입장 없이 단순히 미국의 입장을 모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평화의 인물’이라며 재선 성공 시 세계 정치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화의 인물”이라면서 “그는 임기 동안 단 한 차례의 전쟁도 일으키지 않았으며, 세계의 매우 복잡한 지역에서 오래된 분쟁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8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오르반 총리는 지난 5일 러시아 방문에 이어서 8일 중국을 깜짝 방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국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방중 기간 중국을 우크라이나 평화를 촉진한 ‘핵심 강국’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의 중국 방문은 특히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는 EU의 의장국 정상으로서 중재 역할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

원칙적으로 순회의장국은 EU 입법 과정에서 중재 역할이 주된 임무로, 대외적으로는 EU를 대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장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상 개별 국가의 입장이 대외적으로 EU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오르반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밀리에 추진됐다면서, 그가 EU의 외교정책 목표를 무시한 채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에게 ‘구애’한다는 EU 내부의 비판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마린 르첸 프랑스 국민연합(RN) 의원. [AFP]

오르반 총리가 최근 EU 극우 정당들을 규합시키며 유럽 의회 내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달 30일 오르반 총리 주도로 새로 결성된 반(反)EU 성향의 유럽의회 우익 정치그룹(교섭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에는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PO)과 체코 긍정당(ANO)이 함께했다. 이후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의 극우 또는 포퓰리즘 정당이 이 정치그룹에 속속 참여했다.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가 끝난 8일에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유럽을 위한 애국자’에 합류했다. 국민연합 외에도 이탈리아 연립정부 파트너이자 극우 성향 정당인 동맹(Lega)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다다.

이로써 ‘유럽을 위한 애국자’는 유럽의회에서 총 80석(11.1%)을 확보하며 의석수 1위인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188석), 2위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136석)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극우 우파 정치그룹 가운데는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게 됐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주도하는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78석)은 4위로 밀려났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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