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난 참 운 없던 대통령…그래도 희망은 기업이었다”
2024-07-10 20:51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경협 제주하계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헤럴드경제(제주)=정태일 기자]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있으면 광화문에서 광우병 시위하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습니다. 광우병 사태가 잠잠해지려고 하니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참 운이 없던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제 37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제주하계포럼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 같이 과거 재임 시절을 회상했다.

이 전 대통령은 “광우병 시위가 극심할 당시 청와대에 지시해 구내 식당에서 미국 소고기만 먹자고 하면서 미국 산 소고기 먹어도 광우병 안 걸린다는 거 보여주자고 하며 버텼다”며 “광우병 이슈가 마칠 때쯤 리먼브러더스발(發) 세계적 금융위기 왔다”고 말했다. 이어 “폴 크루그먼 교수가 가장 먼저 쓰러질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고 파이낸셜타임즈도 한국이 가장 큰 타격 있을 거라고 지적했다”고 전하며 자신이 운 없던 대통령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위기가 닥쳤을 때 이 전 대통령은 기업만이 희망이었다며 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가장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감을 직시하기 위해 잘 차려진 회의장이 아닌 지하 벙커에서 주 1회 공직자들과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각각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했다”며 “임기 끝날 때까지 160회 이상의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경협 제주하계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이 전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이 마주한 위기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라고 짚었다. 그는 “디지털 시대를 넘어 AI 시대가 되면서 모두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며 “한때 미국 1~3등 기업이 GM, GE, 액손모빌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기업이 앞설지 가늠할 수 없고, 가전을 호령하던 일본 브랜드는 현재 가전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점차 경쟁은 심해져 인재 중요성은 커지는데 한국은 저출산까지 닥쳐 인구가 계속 주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AI와 저출산이 가져오는 위기와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이럴 상황일수록 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위기 때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경제 성장 없이는 국격도 없다”며 “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체는 바로 기업”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이 잘돼야 국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안 되는데 뭐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기업이 잘돼야 국격이 올라가므로 이 어려운 시기를 혁신과 도전으로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또 “AI, 고령화, 기후변화 등 어려운 시대에 혁신과 도전은 기업의 몫으로 기업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이 각각 있는데 이것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하고 세계 일류 기업과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 모든 일을 대통령이 혼자 한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국가도 경영하는 것이고, 모두가 함께 경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전 대통령은 평소 소지하는 수첩에 마하트마 간디의 ‘사회를 병들게 하는 7대 사회악’(▷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기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을 적고 되새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업 관련 “대통령 재임 시절 미소금융을 만들었는데 대기업들이 직접 돈을 마련해 소상공인에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빛났다”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 대표적 사례로 내세우기도 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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