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까지 세우겠다는 삼성전자 노조 [이슈&뷰]
2024-07-11 11:35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오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화성=이상섭 기자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작년 부진을 털고 가까스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반도체 사업이 이번엔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장기간 지속됐던 불황이 지나가고 모처럼 반도체 업황이 반등한 가운데 전삼노가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겠다며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미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 강국간의 치열한 반도체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관련 국회와 정부도 반도체 육성 법안을 앞다퉈 내놓으며 지원방안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번 전삼노의 총파업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내부 악재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전망 나오는데 제대로 ‘찬물’=업계에서는 전삼노의 이번 무기한 총파업 선언이 이제 막 반도체 시장이 반등을 시작한 상황에서 나온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까스로 회복한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으로 10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슈퍼 사이클’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으로 HBM 등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전삼노가 목표한 생산차질은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파운드리·HBM 경쟁 치고 나가야 하는데 ‘발목’=전삼노는 파업 목적이 ‘생산차질’임을 거듭 강조하며 HBM과 EUV 파운드리 등 핵심 제품 생산라인의 파업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파운드리와 HBM 사업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파업 리스크로 글로벌 고객사 신뢰도 하락 문제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의 격차를 따라 잡고, HBM에서는 하루 빨리 엔비디아에 납품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파운드리와 HBM은 고객 맞춤형 특성이 강해 신뢰 관계 및 안정성이 중요하다.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의 총파업 이슈는 글로벌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올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로 2위다. 1위 TSMC(61.7%)와 50%포인트가 넘는 격차가 난다.

전삼노 집행부는 지난 10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8인치 라인을 먼저 세우자”고 말했다. 또한, “HBM 포토(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이라며 “EUV 파운드리도 멈추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정치권 ‘반도체 지원’ 분위기 역행=업계는 이번 전삼노의 파업이 정부와 정치권에서의 반도체 집중 지원 분위기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박수영 의원이 ‘국가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스트롱 K-칩스법)’을 내놓고 세제혜택과 보조금 직접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도 김태년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 지원 법안을 중심으로 당론을 추진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6조7000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줬다.

▶‘조합원만 임금 인상’ 억지 주장=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전삼노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전삼노가 요구하는 기본 인상률 3.5%와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결정에 따라 책정된 성과 인상률(2.1%)을 합하면 5.6%다.

삼성전자는 성과급 지급 규모를 산출할 때 영업이익에서 이자 등 자본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전삼노는 비용을 제외하기 전 영업이익으로 기준을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조합원들만 별도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도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실적 악화로 직원들이 실제 쥐게 되는 성과급만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현일·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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