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프랑스・일본…빵빵하게 모였다, ‘베이커리 특구’ [빵 터진 편의점]
2024-07-14 09:16


서울시 마포구 소재 편의점들에 다양한 종류의 빵 제품이 진열돼 있다. 김벼리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12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편의점. 계산대 앞 빵 매대에 다양한 제품의 빵들이 진열돼 있다. 단팥빵 등 익숙한 빵뿐만 아니라 일본어가 적힌 낯선 빵들도 많다. 그 위로는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의 빵이 있다. 이어 찾은 다른 브랜드 편의점 매장에서는 앞선 매장과 전혀 다른 빵들을 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알려진 디저트 가게와 협업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이날 편의점에 들러 빵을 구매한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예전에는 편의점 빵이 맛있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이제 종류도 다양해지고 맛도 좋아 종종 아침 대용으로 먹곤 한다”고 말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이 치열한 빵 대전을 펼치고 있다. 브랜드마다 차별화 상품을 강화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빵류 제품 매출은 2021년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의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GS25의 경우 2021년 16.7%, 2022년 59.3%, 2023년 34%의 성장세를 보였다. CU도 2021년 11.7%, 2022년 51.1%, 2023년 28.3% 등 매년 증가세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지난해 각각 30%, 68%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편의점 빵의 인기는 고물가로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생활비 데이터베이스(DB)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에서 식빵 한 덩어리(500g) 평균 가격은 약 4298원이다. 세계적으로 ‘아주 높은(very high)’ 수준으로 분류된다. 전체 조사 대상인 217개국 중 27위이며, 아시아 57개국 중에는 두 번째로 높았다.

이에 비해 편의점 빵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1000~3000원대다. ‘1+1’, ‘2+1’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통해 체감 가격을 더 낮추고 있다. 비슷한 종류의 빵들이 전문 베이커리 가게나 카페 등에서는 2000~4000원대에 팔고 있다.

그렇다고 편의점 빵이 가격에만 강점이 있는 건 아니다. 맛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차별화 상품을 내놓으며 품질 경쟁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편의점 빵 소비의 중심은 1030세대다. GS25의 경우 올 상반기 빵 매출에서 20대 이하와 30대의 비중이 각각 31.6%, 27.8%로, 합산 59.4%에 달했다. 같은 기간 CU도 1030세대의 빵 매출 비중이 66%로 더 높았다.

MZ세대에게 편의점 빵의 ‘맛’을 알린 주역은 2022년 1월 CU에서 출시한 차별화 빵 ‘연세우유 크림빵’이다. 빵 속 가득 찬 크림이 입소문을 탔다. 인기가 이어지며 올해 초 판매량 5000만개를 돌파했다. CU는 지난해 8월부터 차별화 빵 브랜드 ‘베이크하우스 405’도 키우고 있다. 베이커리 전문점 수준의 빵을 지향한다. 출시 10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20여 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GS25도 지난 2021년 프리미엄 빵 ‘브레디크’를 선보였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5500만개를 넘겼다. 총 100여 종이 넘는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3월엔 고급화 브랜드인 브레디크 ‘골든’ 시리즈를 새로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에는 ‘세븐셀렉트’가 있다. 현재 20여 종을 판매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연남동 크림빵 맛집인 ‘푸하하크림빵’의 임훈 셰프와 손잡고 ‘세븐셀렉트 푸하하크림빵’을 선보였다. 일본과 프랑스 등 해외에서 수입한 빵 제품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다움’을 키우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출점 제한이 걸린 것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3년 2월, ‘중기적합업종’에 제과점업이 포함됐다. 중기적합업종제도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해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제도다. 그때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브랜드의 가맹점 신설은 직전년도 전년도 점포 수 2% 이내로 제한됐다. 개인 빵집 인근 500m 안에는 매장을 못 열고 있다.

그 사이 새로운 동네 빵집으로 편의점이 치고 올라섰다. 판매 경로별 전체 빵류 제품 매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편의점 빵 매출 비중은 2020년 기준 38%에서 지난해 43.6%로 3년 새 5.6%p(포인트) 높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에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품질 강화 등 편의점 빵이 인기를 끌기 좋은 삼박자가 갖춰졌다”며 “앞으로도 편의점들은 다양한 협업과 마케팅으로 빵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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