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이 중국인?…오보에 분노하는 美아시아인들
2024-07-16 11:08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등극하는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들이 지지 팻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 직후 범인이 중국인이라는 오보가 나온 것에 대해 미국 내 아시아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오보는 보수 성향 타블로이드 매체인 뉴욕포스트가 낸 것으로, 사건 직후 “총격범이 중국인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했다가 1시간여 후 “총격범은 백인 남성으로만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미국 내 중국계 지도자 그룹인 ‘100인 위원회’의 게리 로크 위원장은 전날 발표한 공개 서한에서 “반아시아 혐오가 고조되는 현 시대에 중국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이미 매일 (불안해하며) 뒤를 돌아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격범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중국인이라는 거짓 정보를 무책임하게 보도함으로써 당신들은 중국계 미국인 사회에 추가적인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다.

화교 3세인 로크 위원장은 워싱턴주 주지사, 상무부 장관 등을 거쳐 중국계 미국인 최초로 주중 대사를 지냈다.

SCMP는 “(총격범이 중국인이라는) 성급한 비난과 그에 대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신속한 대응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수년간 증오 사건과 미국 내 아시아인 커뮤니티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들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쿵 플루(쿵푸와 독감을 합친 조어)’, ‘아시아 플루’라고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계의) 이러한 반발은 중국, 홍콩, 대만, 사모아,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한 AAPI(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정치적으로 더욱 조직화하고 강력해지며 전략적으로 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주의회 그레이스 리 의원은 “이같은 무모하고 거짓된 보도는 아시아 사회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영속화한다”며 “뉴욕포스트는 이 오보에 대해 사과해야만 하고 정확한 보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인을 총격범으로 잘못 지목한 뉴욕포스트의 보도가 비교적 짧은 시간 유지됐음에도 그것은 반복되고 확대됐으며 ‘좋아요’가 달렸고 수만명이 댓글을 달거나 읽었다”고 지적했다.

인권변호사 겸 활동가인 아리야니 옹은 “우리에게 진짜 이슈는 우리 자신의 안전”이라며 “트럼프의 코로나 관련 발언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가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미국에서는 158건의 반아시아 증오 범죄가 기록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퍼지자 그 수는 2020년 279건, 2021년 746건으로 증가했다.

이와 별개로 시민단체 ‘스톱 AAPI 증오’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만1000여건의 사건을 접수했는데 대부분이 괴롭힘과 왕따, 따돌림 등의 차별과 관련이 있었다.

옹 변호사는 “뉴욕포스트의 기사가 게재된 1시간20분 간 이를 본 사람이 ‘x’명일지라도 여전히 거리로 나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치명적 분노를 표출할 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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