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선박금융에 1500억 추가 수혈
2024-07-16 11:35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해운업에 수천억원씩 자금을 추가로 집행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적선 수요가 더욱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위험업종이라는 ‘낙인’ 때문에 선박에 대한 민간은행의 투자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캠코의 선박투자가 수익기회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선박투자회사인 한국 토니지 106호~109호에 출자하고, 선박투자회사의 외화 조달을 위한 통화스왑거래 원리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기로 의결했다. 한국 토니지 106~108호 세 개 선박투자회사에 투자되는 캠코의 자금은 약 1344억원이며, 109호에도 1200만 달러(약 166억원) 상당의 금액을 8월 초 집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캠코는 작년에 이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초과해 선박투자를 집행하게 됐다.

캠코가 선박투자를 확대한 건 최근 해운시장이 예상과 달리 호황을 맞고 있어서다. 지난해에 2024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등했던 해운시장이 하락하면서 선박매매거래가 둔화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품 운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국적선을 확보하려는 국내 해운사의 선박금융 요청이 증가한 것이다.

아울러 ‘홍해 사태’와 같은 변수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해 운항선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오면서 운항거리가 늘어나고, 선박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해상 물류비도 급등하는 상황이다. 선박금융이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 캠코가 투자를 결정한 한국 토니지 106~108호는 탱커선에 해당하는데, 최근 탱커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톤마일 증가와 홍해 사태로 인한 유조선 수요가 급증하며 현재 시황이 폭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9호에 해당하는 벌크선 역시 팬데믹 당시 상승했던 시황이 다시 하락했지만 톤마일 수요가 증가해 시황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캠코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는 탱커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모두 상승 국면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같은 상황과 달리 해양업은 민간금융을 통한 조달이 쉽지 않아 캠코 등 공공금융기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규모가 크고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일반 은행에선 대출이나 각종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탓이다.

캠코 관계자는 “해운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황 변동성으로 인해 예전에 투자를 많이 했던 유럽계 은행들도 큰 손실을 입고 철수한 시장”이라며 “국내에서도 금융기관들이 위험기피업종으로 지정해놓고 있어 선박금융은 민간금융에서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캠코의 캠코선박펀드 규모는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해운업의 성장·견인을 위해 캠코선박펀드를 운용중이다. 어려워진 해운사가 선박에 대한 출자·투자를 요청하면, 캠코는 선박투자회사 제도를 활용해 인수 및 재용선해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 및 국적선대 유지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해운사는 이를 활용하면 사업기반을 유지하고, 이자비용 절감 및 금리변동 리스크 완화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선박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으로 기업신용도도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캠코에 따르면 캠코선박펀드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25개 해운사 보유 선박 103척을 인수했다. 이는 2조8007억원어치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캠코가 출자한 금액만 1조6378억원에 해당한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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