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 위반’ 유죄 나왔는데 행정처분은 없다?…소극행정 논란[취재메타]
2024-07-18 12:04


돈가스 이미지. 기사 특정업체 돈가스 제품과는 무관하다. [헤럴드DB]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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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최근 유명 외식브랜드 업체가 미신고 영업소에서 원재료를 가공·유통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해당 식품위생법 위반 행위에 대해 관할구청이 별다른 행정처분을 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소극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1심서 벌금형 받은 업체

1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유명 돈가스 브랜드 A업체의 공동대표 김모 씨와 박모 씨는 지난달 12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업체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용산에 있는 약 16평 규모 작업실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시설기준을 갖추지 않고, 관할 관청에도 신고하지 않은 채 돼지 안심과 등심 포장육을 돈가스 원료육으로 가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총 10억원 상당 돈가스 6만 5377개를 자체 운영하는 서울역, 광화문, 명동, 강남 등 지점 4곳에 공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2022년 6월 용산 작업실을 임차해 메뉴개발실 등으로 이용하던 이들은 같은 해 9월 광화문점에 대해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신고를 했다. 용산의 미신고 작업실에선 포장육 상태의 안심과 등심에서 지방·잔뼈 등을 제거하는 ‘정육’ 작업과 정육을 두드려 연하게 만드는 ‘연육’ 작업이 함께 이뤄졌다. 이후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가공된 원료육은 신고된 광화문점에서 전분과 계란, 빵가루가 입혀진 돈가스로 제조돼 각 지점에 공급됐다.

A업체 측은 미신고 장소에서의 작업이 신고를 요하는 식품가공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미신고 장소에서의 가공 행위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이며 피고인들에게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신고된 장소에서도 동일한 작업을 했기 때문에 관련 법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유죄인데…행정처분은 아직?

1심 선고 이후에도 관할관청은 A업체에 별다른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2월 A업체의 비위생 제조·유통 문제를 고발했던 신고자는 관할구청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요청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소극행정을 지적하는 신고에 나섰다. 식품위생법 위반 행위는 영업자에 대한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A업체에 대한 형사 판결문에는 식품위생법 제36조와 제37조 제4항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 이는 식품위생법 제75조가 규정하는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대상에 해당한다. 신고자는 “A업체는 광화문점에서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신고를 한 식품위생법상 영업자”라며 “용산의 미신고 장소에서 시설기준 위반과 미신고 식품가공 영업행위를 했으므로 광화문점 등에 대해서도 식품위생법 제75조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사건과 관련해 관할구청 관계자는 1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식품위생법상 행정처분은 신고된 영업소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미신고된 영업소에서 발생한 위법 사항은 형사처벌 대상이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할지역에 있는 A업체의 다른 영업소(광화문점 등)에 대한 행정처분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신고자는 “설령 관할구청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A업체가 미신고 장소에서 돈가스 원료육을 제조·가공한 행위는 식품위생법 제4조 제7호에 규정된 ‘영업자가 아닌 자가 제조, 가공, 소분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A업체의 4개 영업소에 대해 관할구청들이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행정처분 어렵다’는 관할구청…‘소극행정’일까


18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A업체 광화문점. 상호명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용경 기자

이 같은 행정처분 여부에 대해 식약처 출신의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는 1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영업신고가 안돼있는 곳은 관할구청 설명대로 행정처분이 어려운 게 맞다”며 “식품위생법에선 개별 영업 신고 또는 등록을 한 영업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용산의 미신고 장소에서 이뤄진 위법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식품위생법상 미신고 장소에서 가공한 원료육을 각 영업소에서 전달받아 최종적으로 조리해 팔았다면 같은 법 제4조 제7호 위반”이라며 “통상 영업정지 1개월 처분 등이 이뤄지는 사안으로 보이는데, 만약 관할구청이 적절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면 ‘소극행정’으로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한 관할구청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제4조 제7호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요청서는 신고자로부터 아직 받지 못했다”며 “그와 같은 주장이라면 행정처분 대상이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모든 일반음식점(지점)에 미치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A업체는 각 지점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한편 지난해 4월부터는 대기업 식품안전팀과 협업해 경기도에서 위생공장을 운영, 위생 및 품질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업체는 지난달 26일 자사 SNS에 “HACCP을 목표로 공장을 지었다. 현재 HACCP 관련 수료증, 위생교육을 모두 완료해 오는 10~11월께 HACCP 신고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데, 결과가 어떻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잘못된 점은 바로 개선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A업체 측은 지난달 19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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