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세무당국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진행해 결정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나진이)는 A씨가 서울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5월 서울 서초구 일개 건물과 땅 등 부동산을 상속받았다. A씨는 같은해 11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해당 부동산들이 141억원이라 신고한 뒤, 다른 상속 재산과 합쳐 총 97억 8000만원을 세무당국에 신고·납부했다.
이듬해 서울지방국세청은 상속세 조사를 하면서 A씨가 받은 부동산에 대해 2개 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했고, A씨도 다른 2개 감정기관에 의뢰했다. 서울지방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는 4개 감정기관의 평가액 평균인 332억원을 시가로 판정, 상속세 96억5천700여만원(가산세 포함)을 추가로 부과했다.
A씨는 과세당국에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에 감정평가를 의뢰할 권한이 없다며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의뢰할 권한이 있다고 해석할 경우 과세당국이 자의적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할 우려가 있어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해 위헌·무효라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1심 재판부는 납세의무자가 신고한 금액이 절대적인 납세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며, 세무당국이 감정 의뢰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객관적·합리적으로 평가된 가액도 포함돼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도 시가로 볼 수 있다”며 “납세의무자의 신고는 과세관청의 조사 결정을 위한 협력의무에 불과해 과세관청이 세액을 조사·결정하고 이를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과세관청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 부동산 같은 고가의 건물과 토지는 유사매매 사례가 많지 않아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상증세법이 감정가격 등도 시가로 인정한 것은 시가 산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감정평가를 가능하게 한 상증세법 시행령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시행령 단서가 정한 일정한 기간 내에 이루어진 감정가액만을 시가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점,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감정가액 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세관청이 자의적으로 감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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